제18화
서킷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서기훈은 한 바퀴를 돌며 둘러본 뒤에야 사람들이 이미 한 시간 전에 모두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병원에만 가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을 텐데 또 한 번 고세연을 놓치고 말았다.
서기훈의 심장은 거칠게 요동쳤고 눈까지 붉게 충혈되었다.
그는 옆 벽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피가 손가락을 따라 또르르 흘러내렸지만 그 따끔한 통증은 마음속 깊은 곳을 가득 채운 후회를 조금도 덮지 못했다.
‘왜 쓸데없는 참견을 했을까?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고세연이었는데.’
그래도 그는 다행히 한 가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고세연은 이미 이탈리아로 향해 있었고 곧 국제 자동차 연맹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서기훈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인맥을 총동원해 출전팀과 연락을 취했고 곧바로 비행기표까지 예약했다.
무엇보다 그는 고세연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둘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하지 못한 채 헤어졌고 지난번 마주쳤을 때 내던진 사과도 엉켜버린 상황 속에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고세연을 위해 성대한 고백을 준비하겠다고. 그것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었다.
이탈리아에 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고 서기훈은 무의식적으로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다시 펼쳐 읽을 때마다 한 줄 한 줄이 마음속을 묵직하게 찔렀다.
마지막 페이지는 그들이 헤어졌던 날이었다.
글자만 봐도 그날 고세연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또렷하게 느껴졌다.
한편, 몇 시간의 비행 끝에 고세연이 탄 전용기는 드디어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마이바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정장을 맞춰 입은 경호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최도윤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고세연은 잠시 놀랐지만 동료들은 익숙하다는 듯 각자 차량으로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그 모습을 보자, 고세연은 최도윤의 진짜 신분이 더 궁금해졌다.
하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언젠가 그가 말할 시기가 오면 알게 될 거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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