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최소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강진혁의 손에 쥐여주었지만, 예전처럼 직접 닦아주지는 않았다.
“잘 치료받아요. 분명 나아질 거예요.”
그 말은 스스로 들어도 너무 힘이 없었다.
평소엔 누구보다 침착하게 말하던 그녀였지만, 그의 병과 고백을 동시에 들은 지금은 어떤 말도 선뜻 나오지 않았다.
충격, 묘한 보복감, 마음이 저며 오는 통증과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뒤엉켰다가 결국에는 기이할 만큼 고요한 공허함만 남았다.
신은 참 잔인했다.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아주 천천히, 하나씩 데려가 버렸다.
아이, 엄마 그리고 강진혁까지. 모든 게 그녀를 지치게 했다.
강진혁은 휴지를 움켜쥐고 그녀를 꼭 안았다.
그는 처음으로 아이처럼 울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반복해서 사과했다.
“소아야 미안하다. 전부 내가 잘못했어...”
그가 마지막으로 그녀를 ‘소아야’라고 불렀던 건, 예전에 호텔 뒤편에서 키스하던 날이었다.
최소아는 그 순간, 그 역시 자신에게 마음이 흔들렸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했다.
둘이 한때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있으니까.
강진혁이 우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밀어낼 수 없었고, 그의 팔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나한테 기회를 줘. 적어도 앞으로 남은 반년만이라도 내 곁에 있어줘, 응?”
그 말에 최소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받은 상처가 아무리 깊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 거절하기가 잔인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사랑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지만, 죽어가는 사람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만큼 냉정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날 밤, 강진혁은 미처 들려주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생활, 그리고 두 사람이 결혼한 순간까지.
혹시 그녀가 상처받을까 싶어 유지아와 관련된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모두 피해 갔다.
말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 순간 피곤해져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마치 오래 함께한 연인들처럼.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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