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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진서연은 눈앞에 서 있는 이현준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진서연은 분명 이현준의 아내였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이러고도 사람이야? 아니면 현준에게 나는 그저 이씨 가문의 아이 낳는 도구에 불과했던 걸까. 아이만 낳으면,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을까.’ 누군가가 환자복을 걸쳐 씌우고 진서연을 번쩍 들어 병실 바깥으로 끌어냈다. 그러자 주예린은 울먹이며 따라붙었다. “형님, 아기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젖을 한 번도 못 먹었어요. 간신히 영양수액 꽂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아기를 돌려주세요. 그 아기는 제 아들이에요. 제가 잘 키울게요. 현민 오빠는 이미 떠났으니 이 아기가 평생 제 유일한 아이일 수도 있어요. 아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도 살고 싶지 않아요.” 주예린은 숨이 넘어갈 듯 울다가 진서연의 손을 잡고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형님, 제발 아기를 돌려주세요. 제가 가진 건 다 드릴게요. 이 아이만은... 현민 오빠가 마지막까지 바라던 아기였잖아요. 형님은 언제부터 이렇게 각박해진 거예요? 그까짓 소원 하나도 못 들어줘요?” 이현준은 잠시 전에 진서연의 유선을 푸는 영상을 운운하며 진서연을 협박한 자신을 스스로 탓하고 있었다. 영상은 아직 보지 않았지만 산후에 젖이 막히면 고통스럽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주예린이 통유를 잘하는 지인을 데려와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이현준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맡겼다. 그런데 지금 진서연이 감사하기는커녕 아기를 훔쳤으니 이현준은 화가 나서 치가 떨렸다. 특히 주예린이 이현민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이현준의 마음속에 남았던 마지막 동정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현준의 몸에서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 병실을 휘감았다. 그는 주예린을 조심스레 끌어안고 달랬다. “울지 마. 현민이가 보면 마음 아파할 거야. 아기는 반드시 찾아 줄게. 날 믿고 조금만 기다려. 네가 그동안 애를 찾느라 지쳤으니 먼저 들어가서 쉬어. 네가 다시 눈 뜨면 아기는 집에 와 있을 거야. 예린아, 나를 믿지?” 그러자 주예린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창백한 얼굴에 눈물이 번들거려 더 처량해 보였다. 그러나 이현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에서, 주예린의 눈동자에 얇은 건방짐이 스쳤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내가 원하는 건, 누구도 빼앗아 가지 못해. 이현준도, 이씨 가문의 유일한 안주인 자리도 다 내 것이야.’ 물론 주예린이 알아야 하는 건 법적으로 이현준의 아내는 아직 진서연이었다. 이현준의 곁에서 진서연을 완전히 지워 내려면 진서연이 사라져야 했다. 눈을 굴리던 주예린은 단번에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더 슬픈척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진서연은 이현준이 보낸 경호원들에게 팔이 붙잡힌 채 병동을 샅샅히 뒤지고 있었다. “사모님, 아기를 어디에 숨겼는지만 말하세요. 그러면 이런 고생은 안 하셔도 돼요.” “맞아요. 이 대표님께서 얼마나 화나신 줄 아세요? 괜히 저희까지 곤란하게 만들지 마세요. 빨리 아기를 찾고 쉬게 해 주세요.” 경호원의 거친 손아귀가 진서연의 살을 파고들었다. 이건 분명한 협박이었다. 하지만 진서연은 정말 아기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 이 판은 처음부터 주예린의 자작극이었다. 경호원들도 진실을 어림짐작할지 몰랐지만 이현준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다. 진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이현준뿐일 수도 있었다. 병원 안에서 아기가 보이지 않자 이현준은 진짜로 폭발했다. “병원 밖까지 전부 뒤져! 입을 안 열면 바로 때려. 말할 때까지 쳐! 진서연, 내가 널 얼마나 봐줬는데 왜 자꾸 선을 넘는 거야!” 그러자 진서연은 쉰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아기를 찾으려면 먼저 병원의 CCTV 영상부터 보든지... 주예린한테 물어봐. 그래도 안 되면 경찰 불러. 산모더러 아기를 찾으라니, 이런 복수는 정말 너무 잔혹해.” 이현준의 눈길에서 애정은 사라지고 오직 의심과 분노만 남았다. “네가 직접 찾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거야. 데리고 나가서 샅샅이 뒤져. 못 찾으면 돌아오지 마.” 진서연은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출산 이후 물 한 모금도 못 넘기고 음식 한 숟가락도 못 먹었으니 몸은 이미 한계였다. 경호원들은 명령대로 진서연을 끌고 병원 밖으로 향했다. 그러나 진서연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들었다. 그들이 가는 길이 완전히 달랐고 아이를 찾으러 가는 동선이 아니었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그 순간, 진서연의 입은 수건으로 틀어막혔고 몸은 거친 밧줄로 칭칭 묶였다. 경호원들은 진서연을 기절시키고 아예 차에 내팽개쳤다. 눈을 떠보니, 바로 옆에 주예린이 똑같이 밧줄에 묶인 채 누워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현준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날아들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진서연와 주예린을 납치해? 오진에서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그러자 저쪽에서 비웃음이 섞인 말소리가 들렸다. “돈 받고 사람의 목숨을 파는 게 우리 일이야. 우리 밥줄이 이건데 거래를 안 할 수가 없었지.” 이현준이 잠깐 숨을 고른 뒤 말했다. “일단 사람을 먼저 풀어. 얼마든 줄 테니.” 그 순간, 어두컴컴한 눈빛이 진서연을 훑었다. “좋아. 그런데 의뢰인은 목숨값을 하나만 치렀거든. 그런데 내가 둘을 잡았으니 하나는 돌려줘야 도리에 맞지. 이현준, 여자 둘이 여기 있어. 누구를 선택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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