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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

채진숙과 얼굴이 닮은 것이 누가 봐도 임씨 가문의 딸이었다. 임하늘은 권해나의 등장에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당연히 못생기고 촌스러운 여자일 줄 알았는데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채진숙과 임무원도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 권해나는 거실에 있는 네 명을 차례대로 한번 훑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해나예요. 부모님을 찾으러 왔어요.” 말투도 담담하고 표정도 침착한 것이 부모님을 찾으러 왔다기보다는 비즈니스를 하러 온 사람 같았다. 하지만 눈빛을 자세히 바라보면 일말의 기대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 채진숙은 친딸의 자기소개에 가장 먼저 임하늘 쪽을 바라보았다가 몇 초 후에야 다시 고개를 돌려 친딸 쪽을 바라보았다. “그래, 얼른 이쪽으로 와서 앉아.” “네.” 권해나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임하늘은 권해나의 얼굴을 보고 잠시 넋을 잃었다가 그녀의 옷차림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지나치게 예뻐서 잠깐 놀랐지만 명품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저 그런 집안에 입양된 게 분명했다. “언니, 어서 와요.” 임하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다들 언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어요.” 권해나가 임하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얘가 바로 나 대신 이 집안의 딸로 있었던 애구나.’ “그래요.” “언니, 혹시 제가 싫으세요...?” 임하늘이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 권해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왜 그쪽을 싫어하죠?” “이해해요. 제가 언니 대신 이 집의 딸로서 그간 누릴 거 다 누리고 있었으니 기분이 좋지 않겠죠. 정말 미안해요. 제 얼굴 보기 싫으시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갈게요.” 임하늘의 얼굴은 새언니한테 괴롭힘을 당한 신데렐라처럼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임수찬은 그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임하늘을 자신의 뒤로 숨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권해나를 바라보았다. “너희 둘이 바뀐 건 하늘이 잘못이 아니야. 애먼 애한테 화풀이하지 마.” 갑작스러운 비난에 권해나는 잠시 침묵했다. 뭐가 됐든 그녀를 반기는 분위기는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 그걸 깨달은 권해나는 피식 웃으며 임하늘 쪽을 바라보았다. “그쪽이 싫다는 말 같은 거 한 적이 없는 거로 아는데 갑자기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잘 모르겠네요. 다들 저라는 존재가 영 반갑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거면 이만 가볼게요.” 말을 마친 권해나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채진숙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시 앉혔다. “해나야, 그런 거 아니야. 네가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채진숙은 말을 마친 후 이번에는 임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아, 해나는 너를 이 집에서 쫓아내려고 한 적 없어.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 임하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1초도 안 돼 다시 풀어졌다. “당연히 알죠. 언니, 다시 한번 환영해요. 언니 주려고 선물도 준비했어요. 자요.” 그녀가 탁자에 내려놓은 건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이었다. 권해나는 화장품 세트를 슬쩍 보더니 자기도 미리 준비한 선물을 하나둘 꺼내 들었다. “이건 아빠한테 드리려고 준비한 계월산 찻잎이고 이 하넬 스카프는 엄마 선물이에요.” 사실 임수찬의 것도 있었지만 권해나는 일부러 꺼내지 않았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에게까지 선물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임수찬은 자신의 선물이 없자 실망한 듯 입을 살짝 삐죽였다. “어머, 이 하넬 스카프는 엄마가 그때 지인을 통해 구매하려고 했는데도 결국 사지 못했던 한정판이잖아요. 그리고 이 계월산 찻잎은 100g에 몇백만 원이나 한다는 그 찻잎이고요. 듣기로 계월산 찻잎은 상위 1% 가문들밖에 구하지 못한다고...” 임하늘은 신이 나서 떠들다가 갑자기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 사람처럼 아차 하며 얼른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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