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임하늘의 또 다른 소란
권해나는 평소 경인시에 머물렀기에 서강시의 유력 인사들에게는 낯선 얼굴이었다.
게다가 임씨 가문과 얽힌 사정을 생각하면, 굳이 권씨 가문의 딸이라는 신분을 드러낼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유연준이 자신을 단순히 파트너로 소개한 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번 입찰에서 유 대표님은 어느 지역 땅을 눈여겨보십니까?”
“들으셨죠? 정부가 곧 서쪽 구역으로 이전할 거라던데, 당연히 서쪽 땅값이 더 오를 겁니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권해나는 조용히 귀만 기울였다. 겉으로는 미소만 유지했지만 머릿속은 이미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한 웨이터가 다가왔다.
“주문하신 케이크입니다.”
예상치 못한 디저트에 그녀는 살짝 놀랐다. 주문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옆자리에 앉은 유연준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권해나는 곧 눈치를 챘다.
“감사합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최고급 생크림이 부드럽게 녹아들며 온몸으로 퍼졌다.
잠시 뒤, 케이크를 다 먹은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유연준에게 말했다.
“잠깐 나가서 뭔가 좀 먹고 올게요.”
“그래.”
연회장 안은 여전히 북적였다.
권해나는 몇 무리의 대화를 흘려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다가, 오주원과 조혜원을 발견했다.
“해나 씨.”
오주원이 먼저 인사했다.
“상황은 어때요?”
“대부분이 서쪽을 지지하는 분위기예요.”
권해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동쪽도 만만치 않게 발전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오주원이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
“몇몇 대형 부동산 회사들이 서쪽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새어 나가서, 다들 분위기를 따라가는 거예요.”
순간, 권해나는 앞서 VIP 룸에서 사람들이 유독 서쪽 이야기만 꺼냈던 이유를 곧바로 이해했다.
그들은 애초에 누군가 몰래 엿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돌아가면 동쪽 땅을 집중적으로 검토하세요.”
“알겠어요.”
그녀는 뷔페 테이블로 가 스테이크 하나를 집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접시에 하나를 더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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