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육정훈은 마치 또 다른 장면을 본 듯했다.
그건 오래전 물리치료실 창으로 햇빛이 스며들던 날이었다. 그날 진서인은 창백한 입술을 깨물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두 손으로 평행봉을 힘껏 움켜쥐고 전혀 감각 없는 두 다리로 몸을 지탱하려고 했다.
한 번, 또 한 번 수없이 넘어져도, 간호사가 달려오려고 하면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기어서 휠체어에 올라탄 뒤 다시 시도하곤 했다.
그때 진서인의 눈에도 이런 빛이 있었다. 그건 비록 희미했지만 한 번도 완전히 꺼진 적 없던 빛이었다.
하지만 그 빛이 어떻게, 언제부터, 그들의 손에서 조금씩 꺼져갔던 걸까?
언제부터 진서인의 눈동자에 무감각함과 절망만 남게 된 걸까? 부모의 편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빠의 거짓말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육정훈의 기만과 방조 때문이었을까? 얼음 같은 물속에 빠지던 그날부터였을까?
거대한 슬픔이 홍수처럼 밀려와 육정훈의 모든 방어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육정훈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육정훈은 그림 앞에 서서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 지난 5년 동안 눌러 담아 온 고통과 후회, 그리고 그리움과 절망이 이 순간 완전히 폭발했다. 그렇게 미아가 된 아이처럼 울부짖으며 목이 찢어질 듯 울고 또 기절할 만큼 울었다.
사람들이 놀란 눈길을 보냈지만 그는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울기만 했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그 소녀를 위해 울고, 자신이 영원히 갚지 못할 죄를 위해 울었다.
전시장 반대편에서 이 장면을 멀찍이 지켜보던 임하나는 복잡하고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육정훈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그림이 그의 마음속 가장 깊은 상처를 건드렸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도 일종의 해방일지 모른다.
육정훈이 전시회에서 5년 동안의 모든 고통을 토해내던 그때 또 다른 결말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진흥 그룹은 육정훈의 몇 년에 걸친 압박과 내부의 썩어 있던 문제로 이미 빈 껍데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진기준은 더 이상 버티지 않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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