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원래 같았으면 이런 큰일은 형조에서 조정에 보고하고 공적으로 조사를 맡아야 했으나 덕종이 내금위에 맡기겠다고 한 이상, 그 속뜻은 분명했다.
김신재처럼 눈치 빠른 자가 그걸 모르겠는가. 일부러 덕종의 금도를 건드릴 리 없었다.
“지금은 동짓달이라 강변은 습기가 많사옵니다. 이 와중에 산불이 났다 하면 가능한 경우는 하나뿐이옵니다.”
김신재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천둥번개 말이냐?”
덕종이 물었다.
“전하의 혜안은 실로 밝으시옵니다. 하오나 묻겠사옵니다. 어제 사건이 나기 전, 과연 하늘에서 벼락이나 번개가 친 적이 있었사옵니까?”
이 말을 듣고 문무백관들은 일제히 무릎을 쳤다.
비록 날은 추웠지만 해는 맑게 떠 있었고, 천둥은커녕 구름도 끼지 않았던 날이었다.
이무열은 그제야 땅을 치며 후회했다. 어찌 이런 간단한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는가.
김신재는 단 한마디로 분위기를 뒤집어 놓았다.
이무필과 이무성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저도 모르게 덕종을 곁눈질로 살폈다.
“음, 일리가 있다. 계속하거라.”
덕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산불은 하늘에서 내린 벌이 아니라, 사람이 일으킨 불일 것이옵니다.”
김신재가 덧붙였다.
덕종은 이 말을 듣고 크게 안도하며 수염을 매만졌다.
“좋다, 참으로 좋다. 자, 두 번째 이야기도 말해보거라.”
자신이 직접 출사표를 낸 사안이니 책임을 피할 구실이 생겨 다행이었던 것이다.
이무필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
“아바마마, 하지만 그걸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습니다! 하늘의 뜻은 때론 인간의 손을 빌릴 수도 있는 법이지요!”
“맞습니다,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신의 계시라면 누구도 거스를 수 없지요.”
이무성이 거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김신재에게로 향했다.
김신재는 주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바로 그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경성 근교를 지키는 군관 쪽으로 몸을 돌려 말했다.
“경외 병력은 군관님이 맡고 계시니 이 일대는 곧 군관님의 관할이지요. 묻겠습니다. 이 맹호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