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이무필의 스승은 당대에 손꼽히는 국사였다.
본래 이무필은 이번 동렵에서 문무를 모두 거머쥘 생각이었다.
허나 김신재라는 변수가 느닷없이 끼어들며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조금 전, 여동생 이무연이 전해준 말에 따르면 김신재는 세자를 배신할 뜻이 없으며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찮은 것이, 제 분수를 모르는구나.”
이무열은 부상 이후로는 해마다 사냥 성적이 뒷걸음질 쳤다.
한편, 세자인 이무열은 이번 동렵에서 사냥 성적이 유난히 빛났다.
부상 이후로 줄곧 뒤처졌으나 다섯 해 만에 처음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하필이면 풍문이 흉흉한 이 시점에 말이다.
그간 그를 멀리하던 왕자와 공주들조차 하나둘씩 찾아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나이가 어린 왕자들은 왕위 계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장차 임금이 될 형님과 잘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이가 좋으면 높은 자리에 앉을 수도 있으나 눈 밖에 나면 목숨조차 위태로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왕실이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이 기세라면 문무를 모두 거머쥐시겠군요.”
넷째 왕자 이무준이 웃으며 말했다.
“맹호를 사냥한 건 복이 깃들 징조입니다.”
여섯째 왕자 이무원이 아첨하듯 덧붙였다.
“고맙다. 다들 내 장막으로 들라. 오늘 저녁, 맹호 고기 한 점씩 들며 모닥불 아래서 한잔 나누자꾸나.”
이무열이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 무리는 어딘가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여럿이 슬쩍슬쩍 이무필을 바라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이무필 쪽에 붙어 눈도장 찍느라 바빴으니까.
“무필아, 무성이와 같이 오너라.”
그 모습을 본 이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호랑이 고기란 것이 잡내 나고 질기기만 하지. 그걸 먹자고 줄을 서다니, 우습군요.”
이무필이 말했다.
“으뜸 사냥꾼 자리를 내가 차지한 게 그리도 분하냐?”
“하하, 우습지도 않군. 고작 환관 하나가 만든 활에 기대어 얻은 자리 아닙니까.”
“김신재가 어쨌든 동궁에서 손수 길러낸 인물이다. 중전마마께서 밤마다 무어라 속삭이셨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