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문무백관들 모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누가 이토록 기품 넘치는 시문을 지었는지 궁금해 입술을 다무는 이가 없었다.
덕헌국은 무인이 많은 나라이니 이렇게 운율과 풍류가 살아 있는 노랫말을 들을 기회가 드물었다.
그때 중전 민씨가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숙의가 직접 지은 노랫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른 이의 작품이었더냐?”
지난번 숙의 정씨가 입을 꾹 다물었던 일을 중전은 여태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씨가 덕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탓에 감히 노골적인 태도는 보이지 못했다.
숙의 정씨는 덕종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전하, 이 노랫말은 그저 흥을 돋우기 위한 것일 뿐, 대업을 논하는 대전에서는 언급조차 송구합니다.”
“소윤아, 그 말은 옳지 않다. 재주란 어느 한 가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니 노랫말을 이토록 잘 짓는 이라면 분명 다른 일에도 능할 것이다. 진정한 학문은 모든 경계 없이 흐르는 법이다.”
덕종이 후궁의 이름을, 그것도 문무백관 앞에서 부르며 칭찬하니 그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중전 민씨는 질투심에 눈가가 살짝 떨렸다.
“전하께서 굳이 물으시니 숨기지 않겠습니다. 이 노랫말은 세자의 대리 소부를 맡고 있는 김신재라 하는 이가 지은 것입니다.”
잠시의 정적 후, 장내가 벌집 쑤신 듯 들썩이기 시작했다.
세자 이무열은 곁에 앉은 강청연을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부인, 지난번 김신재가 불려 갔을 때 혹시 이 노랫말을 지은 것이오?”
“예, 저하. 그래서 그자를 억울하게 몰지 말라고 드린 말씀이었지요.”
“허, 제법인데. 또 한 번 잔치를 뒤집는구나. 아바마마께 눈도장 제대로 찍었으니 이번 문과 시험은 뭐, 따 놓은 당상이겠군.”
이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무예야 실력으로 갈리지만 문예는 그렇지 않다. 결국 덕종 마음 가는 대로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덕종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신재 있는가?”
김신재는 얼른 잔을 들고 일어나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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