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연희루.
무대 위에서는 꽹과리와 북소리가 요란했다. 북정의 야만족들이 부르는 노래는 거칠고 투박한 매력이 있었고, 무대 아래에서는 환성이 터져 나왔다.
구상철과 강청연은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따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구상철은 슬쩍 춘향을 보며 눈짓을 했다. 약을 쓸 때가 됐다는 신호였다.
곁에 앉은 강청연에게서 은은히 풍겨 나오는 꽃향기에 그는 이미 인내심을 잃고 있었다.
처음 그녀의 고운 몸에서 그 향기를 맡았을 때부터 그는 이 아이를 반드시 손에 넣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강청연은 고작 열넷, 열다섯이었다.
강청연은 겁먹은 토끼처럼 불안에 찬 두 눈을 굴리며 김신재를 찾고 있었다.
이곳은 자신의 친정 연제국임에도 덕헌국보다 더 초조한 심정이었다.
“청연아, 오늘 연희는 볼만하냐?”
구상철이 입을 열었다.
“아주 흥미롭습니다. 다 오라버니 덕분입니다.”
강청연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북정놈들은 흉포하고 강인하다. 네 세자 서방이 저놈들의 상대가 될지 모르겠구나.”
구상철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덕헌국은 무로 나라를 세운 곳입니다. 북정 못지않게 강인할 것입니다.”
강청연은 짐짓 모르는 척 답했다.
실상 북정은 각 부족들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어 덕종의 무위와 지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구상철은 히죽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청연아, 솔직히 말해 보거라. 이무열이 대단하더냐? 정말 사내답게 기운이 넘친다면, 이제 세 해가 지났는데 네 배가 벌써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
그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을 대놓고 내뱉었다.
강청연은 얼굴을 붉히며 애써 웃어넘겼다.
“당연히 오라버니께 미치지 못하지요.”
“하하! 듣기 좋은 말이구나. 잠시 후에도 그런 말 몇 번 더 들려주거라.”
구상철은 음흉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더 노골적으로 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춘향은 눈치 빠르게 강청연의 찻잔에 약을 풀어 넣었고는 곧 따끈한 물을 부어가며 잔을 바꿨다.
춘향이 나직이 말했다.
“마마, 따뜻한 차 드시옵소서.”
강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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