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강청연은 김신재의 당부를 따라 온 힘을 다해 연기에 몰입했다.
이무령이 다독일수록 오히려 더욱 서럽게 울었고 심지어 콧물까지 흐를 지경이었다.
그녀가 이토록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는 것은 김신재의 목숨을 지키고 태어날 아이가 제 친부의 손에서 곧은 군주로 자라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무령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곧은 성품이었다. 대범한 만큼 마음도 여렸다.
“울지 마십시오. 세자빈마마가 울면 저도 같이 울고 싶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마마의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이무령이 애타게 위로했다.
강청연은 이무령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흐느꼈다.
“흑... 이번엔 정말 됐을까요... 다시는 그 더러운 늙은이한테 손끝 하나라도 닿기 싫습니다. 냄새도 역겹고 보기조차 끔찍합니다.”
그 말에 이무령은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처음은 잃었으니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아이가 쉽게 들어서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만약 정말 태기가 있다면, 제가 그 추잡한 늙은이를 직접 죽이겠습니다. 이후로는 오라버니도, 저도 이 일을 다시 입에 올리지 않을 겁니다. 없었던 일처럼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강청연은 고개를 저으며 흐느꼈다.
“과연 그럴까요... 만약 첫 아이가 딸이면 세자 저하는 또 다른 사내를 찾아 종자를 빌리려 들 겁니다. 나는 연제국의 공주요, 덕헌국의 세자빈인데, 어찌 남에게 이리저리 휘둘릴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이무령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강청연의 말은 진실이었다.
이미 이무열은 이번에 종자를 빌리는 데 성공하면 앞으로도 큰소리치며 열 남고 스무 남고 아이를 낳게 하겠다고 했었다.
오직 왕자들을 많이 두어야 황제의 자리를 넘보려는 세력들을 누를 수 있으니까.
그게 부왕 덕종이 소원하던 손자 많은 집안이었으니.
역대 왕조가 혈통을 목숨처럼 여겼다 해도 일이 자신 머리 위로 떨어지면 무너지는 법이다.
이무열에게는 무엇보다 목숨과 왕좌가 먼저였다. 아이 아버지 되는 자는 없애버리면 그만이었다.
“청이는 이 일을 모르는 거 맞지요?”
이무령의 물음에 강청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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