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세자행궁.
허삼중의 부하 한 명이 풀려나와 김신재와 이무령에게 소식을 전했다.
“김 소부님, 이번 일은 저희가 철저히 꼬임에 빠졌습니다. 청월루의 그 여인도 함께 손을 잡았던 거였습니다.”
“구향연이라면 구상철의 서출 딸이지. 당연히 끼어들었겠군.”
김신재가 차분히 답했다.
“그자들이 장군부로 와서 사람을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내가 간들 순순히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합니까?”
“일단 돌아가 쉬도록 하라. 그들이 감히 세자의 사람을 해치진 못할 터, 내가 따로 사람을 보내 살피고 그 속내를 떠보도록 하겠다.”
김신재는 직접 나설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구상철은 허삼중 일행을 미끼 삼아 행궁의 수비권을 쟁취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런 제안에 응하기라도 한다면 훗날 반역죄를 덮어씌우기가 난감해질 터였다.
더구나 그는 시간을 더 끌고 싶었다. 강청연에게 아이가 들었다는 확실한 증거만 생긴다면 구상철을 단죄할 명분도 명확해질 것이니까.
“김신재, 설마 우린 아무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
이무령이 물었다.
“춘향을 보내 제 뜻을 전하면 됩니다.”
“어떤 말을 전하게 할 생각이냐?”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덕헌국의 군사를 해치는 자는 곧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전하면 됩니다.”
“그토록 단호한 말이면 구상철이 감히 병사를 보내 수비권을 빼앗으려 들지 못하지 않겠냐?”
구상철이 강제로 행궁에 들어야만 김신재가 자유롭게 들고날 수 있었고 그 기회를 틈타 이무령과 함께 그를 참살한 뒤 반역이라는 죄목을 덧씌울 수 있을 터였다.
“제가 사내를 잘 압니다. 구상철은 색욕에 눈이 먼 자라 세자빈 같은 절세미인을 포기하진 못할 겁니다.”
이무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맞다. 특히나 그자가 이미 청연 언니의 몸까지 건드렸으니 이제 언니가 그의 소유물이라 생각할 테지. 늙은 음마 같으니라고.”
사실 김신재는 구상철이 그저 눈앞에서 놓쳐버린 여인을 되찾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미 한 번 손에 넣었던 여인이라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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