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삼숙, 삼숙! 어서 말씀해 보십시오.”
강청연이 다급히 목소리를 높이자 강성철은 가늘게 눈을 좁히고 수염을 매만지며 한참을 고심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마도 태기가 맞는 듯합니다. 다만 맥이 뚜렷지 않고 세차지도 않으니 아직은 시기가 이른 탓일지도 모릅니다. 하여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강청연은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정말 태기입니까? 삼숙, 확실합니까?”
“사흘쯤 더 지켜보면 확실해질 겁니다. 종태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니 맥도 점차 뚜렷해질 것입니다.”
삼 년을 애타게 기다려온 그녀는 드디어 한 줄기 희망을 본 듯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김신재 덕이었다.
아마도 처음 그 낡은 도관에서 김신재가 그녀에게 아이를 품게 했을 것이다.
‘김신재 진짜 대단하구나.’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고 아이가 그의 피붙이라 고백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김신재의 안위를 떠올린 그녀는 차분히 숨을 골랐다.
“삼숙, 태기 이야기는 절대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이 아이는 훗날 덕헌국의 용종이 될 사람이기에 이 이야기가 퍼진다면 오히려 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경성에서의 삶도 결코 순탄치 않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세자 책봉이 한창 민감한 시기이옵니다.”
강성철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왕실에서 한평생을 지낸 사람입니다. 어의로서의 도리를 모를 리 없습니다. 소인은 마마의 아바마마이시든, 세자 저하이시든, 감히 입 밖에 내지 않겠습니다. 모든 일은 마마 뜻대로 하십시오.”
“삼숙, 감사합니다. 겉으로는 삼숙께서 제 병약한 몸을 조리해 주시는 것으로 해주시고 사흘간은 저택에 머물러 주십시오. 삼숙께서 태기를 단정해 주실 때까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우선은 조용히 몸을 보하는 처방을 하나 지어주고 내일 아침에 다시 들르겠습니다.”
강성철이 처방을 써서 떠난 뒤 강청연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쏟아냈다.
평범한 여인이라 하여도 시집가서 삼 년을 아이 하나 낳지 못하면 뒷말에 시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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