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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메시지를 본 성유리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쩌면 그 여자 수감자의 딸에 대한 단서를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진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진미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드디어 연락이 됐네...” “송아림 소식 확인했어?” “일단 기본 정보는 좀 찾아냈어. 아이가 3년 전에 이미 보육원으로 보내졌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느 보육원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야. 다만 가장 가능성 있는 곳은 그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사랑 보육원과 석산 보육원이야.” “확실해?” 전화기 너머로 진미연이 망설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기 조사 결과라 나도 확신할 수 없어. 근데 내일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아마 모레가 돼야 두 보육원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성유리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일 내가 먼저 가서 물어볼게.” “그래. 소식 있으면 나에게도 알려줘.” “알았어.”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침대맡에 있는 검은색 명함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흘끗 본 뒤 이불을 덮고 누웠다. 일찍 보육원에 가서 상황을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여전히 피곤해서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두 보육원은 꽤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첫 번째 보육원에서 담당자가 그런 아이는 없다고 해서 결국 두 번째 장소로 향했다. 석산 보육원. 보육원에 도착하자 보육원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아이는 확실히 일 년간 우리 여기에 있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생부가 데려갔고 그 후로는 소식이 없어요. 기록도 함께 삭제되었죠.” 이 말에 성유리는 마음이 착잡했다. 사형수 송원희는 그녀의 은인이었다. 아이 아버지는 도박꾼으로 송아림은 줄곧 아버지의 학대를 받아왔다. 송원희가 감옥에 가기 전, 아이를 보육원에 보낸 것도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려는 것이었고 아이 아버지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송아림을 다시 데려갔다니... 석산 보육원을 떠나기 전 진미연에게 이 상황을 알려 송아림 생부의 거처를 찾는 일에 도움을 청하려 했다. 아이 아버지를 찾아야만 송아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꺼내던 그때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에 오라고 했을 텐데.” 재빨리 뒤를 돌아본 성유리는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보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박진우를 본 성유리는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말했다.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오늘 집에 오라고 했잖아. 왜 안 왔어? 보육원 같은 허름한 곳까지 오고 말이야.” 재빨리 다가와 성유리의 손목을 잡은 박진우는 길 건너편으로 끌려고 했다. 그곳에는 익숙한 그의 차, 롤스로이스 큐리엔이 주차되어 있었다. 성유리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진우 씨, 나 스토킹 해요?” 따라가지 않기 위해 걸음을 멈춘 성유리는 남자를 바라보는 눈빛에 소름이 끼쳐 있었고 싸늘한 한기까지 서렸다. “순순히 돌아왔으면 내가 사람을 붙여서까지 따라오지 않았겠지.” 성유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왼쪽 오른쪽 다 살펴도 수상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정란 별장에 나를 데려가려는 이유가 뭐예요?” 성유리가 박진우의 손을 내팽개쳤다. “이미 공개적으로 이혼을 선언했는데 아직도 집에 가자고요? 일부러 불편하게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네가 오늘 돌아오지 않으면 내일 나와 강훈이 할아버지에게 쫓겨날 거야.” 박진우는 갑자기 성유리에게 다가오더니 아름다운 눈매를 내려다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네 손으로 이 집을 망치게 두지 않을 거야.” ‘그렇구나. 원래 할아버지가 뒤에서 막고 있었던 거였네? 어제 한밤중에 특별히 전화를 해서 무슨 일이 있든 돌아오라고 한 이유가 그거였어. 돌아오지 않으면 이혼 서류에 사인하지 않겠다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한 것도 다...’ 성유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진우는 허리를 굽혀 그녀를 어깨에 들춰 멨다. 갑자기 중심을 잃은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등에 걸친 정장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박진우의 등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박진우 씨, 내려줘요!” 하지만 박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길 건너편으로 걸어갔다. 차 문을 열고 재빨리 성유리를 뒷좌석에 밀어 넣은 뒤 앞 좌석에 있는 비서 실장 백우영을 향해 말했다. “출발해.” “알겠습니다, 대표님.” 차가 출발하기 직전까지 성유리는 문을 열고 내리려 했지만 남자가 손목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정란 별장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곳은 그녀와 박진우의 신혼집으로 세 가족이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었다. 또한 그곳에서 양아현이 그녀의 모든 것을 파괴해버렸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그곳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고 가능하다면 평생 다시는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 손 놔요!” 성유리는 고개를 들어 싸늘한 시선으로 박진우를 바라보았다. “조용히 앉아 있어.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할아버지 마음만 진정시키면 되니까.” 박진우가 성유리의 손목을 더 단단히 움켜쥐자 성유리는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다. 박진우의 목적과 의도를 알게 되자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던 성유리는 남자의 손을 붙잡고 주저 없이 입을 벌려 손목을 물고는 온몸의 힘을 다해 마음속의 불편함과 원한을 모두 분출했다. 아프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이마를 찡그린 박진우가 손을 놓으며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이빨 자국이 깊게 패인 것이 당장이라도 피가 나올 것 같았다. 박진우는 화가 났는지 가슴이 들썩였다. 기억 속에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웠던 성유리는 단 한 번도 큰 소리로 말한 적이 없었으며 물어뜯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너 개야?” “맞아요, 나 개띠예요.” 입꼬리를 올린 성유리는 냉소를 지었다. “박진우 씨, 건망증이 정말 심하네요. 아니면 바깥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서 그런가?” 박진우는 화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성유리는 박진우를 무시한 채 창밖을 바라보며 제 자리에 앉았다. 차는 이미 출발했고 더 이상 도망갈 수도 없었다. 정란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예전에 수없이 다녔던 길, 돌아갈 때마다 집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집에서 모든 취미와 경력을 내려놓고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남편이 집에 오기를 매일 기다리며 그들을 위해 밥을 해주었지만 결국 그들 손에 의해 감옥에 갇히는 꼴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돌아왔지만 마음속에는 쓸쓸함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내려.” 남자의 낮은 목소리에 성유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3년 만에 다시 보는 별장과 정원을 올려다보니 마음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듯했다. 박진우가 큰 손으로 성유리의 손목을 움켜쥐고는 집 안으로 끌고 갔다. “들어가서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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