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화
“성유리, 말했잖아. 넌 내 흥미를 끌었고 내 게임에 들어온 이상 손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을 거라고.”
뒤에서 낮게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문손잡이를 잡은 성유리의 손이 갑자기 멈춰 섰다.
성유리는 흔들리는 마음을 꾹 누르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녀의 떠나는 뒷모습을 흘끗 바라본 박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복도 끝에 간 성유리는 박진우가 마침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박진우는 그녀를 한 번 보고는 창고 문을 또 쳐다보았다.
“거기서 뭐 했어?”
“밖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나갈 수가 없어요. 할 일도 없고 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죠.”
성유리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3년 만에 온 거라 이 집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보고 싶어서...”
성유리의 변명에 박진우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아버지 봤어?”
“화장실에 간 것 같아요.”
성유리는 박지훈에게 창고에서 나올 기회를 주기 위해 고개를 들어 말했다.
“할 말이 있어요. 잠깐 따라와요.”
뒤따라간 성유리는 뒤에서 들리는 박지훈의 발걸음 소리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거실에 온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박진우가 탁자 위의 찻잔을 들어 단숨에 마시자 고개를 든 성유리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잠시 후 성유리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할아버지 건강을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우리가 계속 이대로 버틸 수는 없어요. 이혼 서류에 빨리 사인하고 이혼해요.”
“이 일 외에 나랑 할 말은 없다 이거지?”
찻잔을 쥔 박진우의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관절까지 하얗게 변했다.
깊은 눈에는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숨어 있었다.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어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성유리는 얼굴에도 특별한 표정이 없었다.
“나랑은 할 말 없고 바깥 애인과는 할 말이 많다... 이거야?”
박진우가 낮은 소리로 웃었다.
“그런 거야?”
박진우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내리쳤다.
탁.
소리가 어찌나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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