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화
그녀는 앞에 선 여자를 돌아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배가은 씨, 이게 무슨 뜻이죠?”
배가은은 그녀의 손을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유리 씨가 지훈의 조카며느리라고 했으니 신분을 제대로 해주세요. 지훈과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세요. 이제 곧 제가 이혼하면 지훈이는 제 남자가 될 테니깐요...”
‘제 남자'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며 성유리는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는 것 같았고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특히 박지훈도 이 여자를 좋아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런 감정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성유리 씨도 박진우와도 이혼한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하지만 박지훈은 성유리 씨의 시삼촌이에요. 당신이 탐낼 남자가 아니라고요. 알아들었어요?”
배가은의 경고 섞인 목소리를 들은 성유리의 얼굴이 순간 극도로 어두워졌다.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배가은 씨가 박지훈 씨를 그렇게 좋아한다면 왜 다른 남자와 결혼했죠?”
진실을 캐내려던 질문이었지만 배가은은 입을 꽉 다문 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손을 씻으며 말했다.
“그건 성유리 씨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성유리는 그녀를 무시한 채 냉담한 시선만을 던지고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차를 타고 개인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앞 유리에 비친 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햇빛이 강했다.
개인 병원에 도착한 후 오후 내내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머릿속은 온통 배가은의 말로 가득 차 있었다.
간신히 저녁이 되어서야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때, 문 쪽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성유리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자, 빠르게 다가오는 박진우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왜 왔어요?”
박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은 후 그녀를 끌고 휴게실로 향했다.
쾅.
요란한 문 닫는 소리가 주변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다.
박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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