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박지훈의 단호한 목소리에 성유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며칠 만에 만난 박지훈은 조금 수척해 보였지만 여전히 차가운 눈매와 훤칠한 외모에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성유리는 시선을 돌렸지만 우현히 옆 테이블의 한 쌍의 눈과 맞닥뜨렸다. 박진우의 두 눈에는 분노와 당혹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녀가 박지훈과 함께 앉아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성유리 자신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성유리는 시선을 돌려 더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비록 며칠 만에 만났지만 주변에는 너무 많은 비즈니스 업계 거물들이 자리하고 있었고,유명 인사들 모두 계속 박지훈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성유리와 박지훈은 몇 마디 말도 나눌 수 없었다. 연회가 시작되자 요리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성유리가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그녀의 그릇에 갈비 한 조각이 놓였다. “많이 먹어.” “고마워요, 작은아버지.” 성유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자리 맞은편의 한 남자가 추파를 던졌다. “박 대표님은 정말 누구에게나 친절하시군요. 조카며느리와도 이런 사이시라니, 업계에서 대표님을 ‘대인배'라고 칭송하는 게 허언이 아니었네요...” 박지훈은 가볍게 입가를 올렸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성유리가 분위기를 띄우려 말을 이었다. “맞아요. 작은아버지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잘해주세요.” 그 남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 “"제게 조카딸이 하나 있는데, 재주도 많고 얼굴도 예쁜 편이라 대표님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그 말에 젓가락을 든 성유리의 손이 흠칫했다. ‘기회를 봐서 인맥을 쌓으려고 온 건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박지훈처럼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남자와 조금이라도 연줄이 닿으면 앞으로 자원 걱정은 없을 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지훈의 손에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 업계 권력자들의 인맥이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박지훈은 느긋하게 냅킨을 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