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9화
박지훈은 길고 단단한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더니 단번에 성유리와의 거리를 좁혔다.
갑작스레 가까워진 박지훈의 숨결 때문에 성유리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두 손은 계속 힘을 주며 움켜쥐고 있었다.
박지훈의 목소리에는 묵직하고도 위험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이랑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다른 의미거든.”
성유리는 긴장을 꾹 눌러 담으며 주저 없이 물었다.
“뭐가 다른데요?”
“만약 네 입에서 나왔다면 그건 우리 사이를 인정한 거지.”
박지훈의 입매가 천천히 휘어 올랐다.
“내 말이 틀렸어? 성유리 씨...”
성유리는 박지훈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손목 힘은 더 세졌고 놓아줄 기미는 전혀 없었다.
“왜 피하는 거야? 아직 내 질문에 대답도 안 했잖아.”
성유리는 박지훈의 팔꿈치에 손을 얹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박진우 씨랑 얘기 끝나면 분명 저도 본가를 떠났을 테죠... 지금 길 한복판에 차 세워두면 혹시라도 박진우가 와서... 못 볼 걸 보게 되면...”
“본가부터 여기까지 최소 20분은 걸려. 설령 내가 뭘 하더라도 진우가 오기 전에 끝나지 않겠어? 어차피 너희는 이미 이혼했는데... 뭐가 무서워서 그래?”
“20분요? 제 경험상 지훈 씨랑 있으면 20분으로는 부족할 텐데요? 우리는... 매번 한 시간은 넘었...”
성유리는 말끝을 흐렸고 그제야 스스로 실수를 깨달은 듯했다.
박지훈은 무의식적으로 턱선을 움직이며 입가에 한층 여유로운 웃음을 번졌고 그녀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보아하니 우리 횟수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넌 날 꽤 잘 아는 모양이네.”
“아닌데요.”
성유리는 재빨리 그의 손을 뿌리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박지훈의 웃음은 점점 느슨해졌다.
“유리야, 네가 제일 못하는 게 뭔지 알아?”
그 말에 성유리는 곧장 고개를 돌려 박지훈의 날카롭고 깊은 눈빛을 마주했다.
그 눈빛 속에는 짙고도 은밀한 욕망이 서려 있었고 박지훈의 시선을 본 순간 성유리는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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