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4화
박지훈이 손을 들어 윈드 타워의 문을 두드리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누군가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문을 연 사람은 성유리가 아니라 진미연이었다.
“박지훈 씨?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진미연은 남자의 눈빛에 담긴 희미한 쓸쓸함을 읽어냈다.
최근 두 사람은 다툼을 벌이며 냉전 상태에 있었고 진미연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네.”
박지훈이 가볍게 대꾸한 뒤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성유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거실에서 블록을 가지고 놀다가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신이 나서 달려왔다.
“아빠, 왔어요?”
“아림아, 유리 이모는?”
박지훈은 아이를 한 번에 안아 올리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유리 이모는 아직 안 왔어요. 아빠, 이모 보러 왔어요?”
“그래.”
박지훈의 대답은 간결했다.
송아림이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먼저 끼어들었다.
“박씨 가문 저택에 갔어요. 그쪽 아버님 진찰하러. 오후에 저한테 문자로 연락했어요.”
박지훈은 아이를 내려놓고 뒤돌아 진미연을 바라보더니 잠시 후 나지막이 대답했다.
“저택에 갔군요.”
“네.”
진미연은 아이가 멀어지자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은 저도 들었어요. 별로 큰일도 아니고 털어놓고 얘기하면 될 것 같은데, 남자인 박지훈 씨가 먼저 물러서는 게 어때요?”
박지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몇 시에 돌아오는지 얘기했나요?”
진미연은 남자의 표정이 누그러진 것을 보았다.
아마도 그녀의 설득을 듣고 박씨 가문 저택으로 찾아가려는 것 같았다.
“몇 시에 온다는 얘기는 없었어요. 여기서 좀 기다릴래요? 조금 있으면 돌아올 것 같은데.”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직접 만나러 갈게요.”
마음속 성유리에 대한 그리움이 지금 화산이 폭발하듯 터져 나올 것 같아 그는 한순간도 기다릴 수 없었다. 당장 그녀를 만나야 했다.
“그래요.”
진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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