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5화
“증거가 이렇게 명백한데 내가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
박지훈은 손을 의자 팔걸이에 얹고 손가락 끝을 입술에 갖다 댄 채 입꼬리를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서현수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현수파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지네 문신이 엄지와 검지 사이에 새겨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현수파 우두머리 곁에는 항상 두 명의 든든한 부하가 있었고 그들의 문신 위치가 동일했는데 이는 현수파 내의 지위와 권력을 상징했다.
오직 그의 오른팔, 왼팔인 자들만이 그 자리에 지네 문신을 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지네 문신을 한 사람은 서현수가 가장 신뢰하는 부하, 기호였다.
“방금 서 사장이 두 부하를 데리고 들어올 때 오른쪽에 있던 자를 유심히 봤는데 지네 문신이 오른손에 새겨져 있는 것 같더군...”
박지훈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스치며 무심한 척 시선이 기호 쪽으로 향했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서현수도 더 이상 자기 사람을 감쌀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박지훈이었다.
경성 재계 피라미드 정점에 서 있는 이 남자는 겉으로 양지 사업만 하는 것 같아도 배후엔 여러 세력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서현수 외에도 수많은 음지 거물과 친분이 두터웠다.
그를 건드리면 분명 좋은 결과가 없었고 어느 쪽이 이득인지 서현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호야, 박 대표님 말씀 못 들었어? 당장 나오지 못해!”
서현수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변 분위기는 한층 더 얼어붙었다.
기호가 걸어 나오는 순간 곁에 있던 성훈의 눈빛에 경계심이 스쳤다. 그는 기호가 박지훈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성훈은 재빨리 경계하며 따라가 박지훈의 뒤에 섰다.
박지훈은 무심하게 시선을 들어 차갑게 상대를 흘겨보았다.
그는 라이터를 꺼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며 다소 어눌하게 말했다.
“말해봐. 어떻게 된 거지?”
“대표님, 저는 정말 성유리 씨가 대표님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만약 그 여자가 대표님 사람인 줄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일을 맡지 않았을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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