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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박지훈은 고개를 숙여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전화 건 사람은 특별 보좌관인 정영준이었다. 전화를 받으며 창가로 걸어간 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늦은 시간에 나한테 전화한 거면 반드시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겠지.” “대표님, 그 하성이라는 사람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지금 경성에 있는 걸로 보이고 그 사람의 연락처도 확보했습니다. 전송해 드릴까요?” “보내.” “네. 곧 전송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메시지 알림이 떴고 박지훈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잠든 건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는 곧장 전화를 끊었다. ... 그 시각, 옆방. 박진우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침대맡에 있던 성유리의 휴대폰이 켜져 있는 걸 봤다. 그가 다가갔을 땐 전화는 이미 끊긴 상태였고 역시나 휴대폰은 진동 모드였다. 과거에도 종종 그 진동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던 게 생각났다. 필요할 때 전화를 받지 않아 그녀를 찾기 힘들었던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기에 폰을 열어보진 못했고 그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성유리는 천천히 눈을 떴고 방 안에 박지훈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욕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자신이 또다시 술에 취해 잠든 걸 깨달았다. 특히 박지훈 앞에서 난간을 넘으려 했던 어젯밤의 장면이 떠오르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시는 이 집에서 술 안 마실 거야.’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조용히 방 밖으로 나왔다. 밖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살짝 방문을 닫고 돌아서려던 찰나 바로 옆방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마주친 것은 굳은 얼굴의 박진우였다. “이른 아침부터 뭐 그렇게 몰래몰래 기어 나와?” 다행히 그가 방에서 나온 시점은 늦은 듯했고 그 순간은 보지 못한 듯했다. 성유리는 표정을 가다듬고 태연한 척 받아쳤다. “몰래 나오는 사람은 오히려 진우 씨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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