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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성유리는 박지훈의 뒤를 계속 따라가면서도 그가 넘어질까 봐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가지 않았다. 복도를 걸을 때 많은 여자들이 눈길을 돌려 앞에 있는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이 남자는 외모나 체격 모두 남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눈에 띄는 존재였기에 복잡한 환경에서 그를 노리는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마침내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잘생긴 오빠, 혼자 왔어?” 빨간 드레스를 입은 매혹적인 여자가 갑자기 박지훈의 팔을 잡자 박지훈의 발걸음도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 성유리는 박지훈이 적어도 그 손길을 뿌리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박지훈은 그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성유리가 이곳에 없는 것처럼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그 순간 성유리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고 알 수 없는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다. 성유리는 그저 조용히 박지훈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 막지 않았다. “잘생긴 오빠, 같이 한잔하지 않을래?” “내 여자는 저 뒤에 있어.” 박지훈은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며 턱을 성유리 쪽으로 살짝 돌렸다. “저 여자에게 물어봐. 저 여자가 동의하면 너와 마실게...” “여자친구가 뒤에 있는데 감히 나를 안는다고?”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재빨리 그를 밀어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저 여자는 더 심해. 내 앞에서 전남편과 껴안고...” 이 말을 들은 성유리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 머릿속에는 오늘 밤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혹시 그들이 발코니에서 포옹하는 장면을 박지훈이 본 것일까? 그래서 일부러 그녀를 화나게 하려는 걸까... 성유리는 재빨리 다가가 그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게 말했다. “꺼져.” 낮은 목소리였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섞여 있었다. 뒤 돌아 그녀를 흘깃 본 박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성유리는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며 계속 박지훈을 따라갔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또 다른 여자가 박지훈에게 말을 걸었다. 박지훈이 또다시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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