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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두 사람은 수년을 알고 지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까지 망가진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만 남은 결과였다. 박지훈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배가은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게 된 일에 자신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에게 이렇게 빠른 응보가 찾아온 이유가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한참 배가은을 바라보다가 돌아서려는 찰나 배가은이 갑자기 몸을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그녀는 유리문 너머의 그를 발견하자, 갑자기 바보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한 걸음씩 그를 향해 다가왔다. 두 사람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빛만 오갔다. 배가은은 아무 근심도, 생각도 없는 표정으로 여전히 멍하니 웃고 있었다. 박지훈은 그런 그녀를 보며 이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여자가 수많은 어리석은 짓을 했고 그에게도, 성유리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이렇게 무너진 모습으로 남은 그녀를 보니 이상하게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배가은은 분명 자신을 사랑했지만 그는 한 번도 그녀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 해도 한때 그들 사이에 우정이라 부를 만한 감정은 분명 존재했었다. 박지훈은 더 이상 머물지 않았다. 그는 유리문에서 시선을 거두고 그대로 돌아섰다. 걸음은 단호했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오지 않았던 사람처럼. 박지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성유리는 하루 종일 그의 소식을 걱정하며 기다렸다. 저녁이 되어도 연락이 없자 결국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통화음이 울리기도 전에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성유리가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박지훈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가가며 말했다. “도대체 어디 다녀왔어요? 하루 종일 걱정했어요.” 박지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냥 혼자 걷고 싶었어. 머리 좀 식히려고. 이제 걱정하지 마.” 성유리는 그의 품에서 몸을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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