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7화
박진우는 성유리의 눈빛에 화가 번지는 걸 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오늘은 단순히 거래처 사람들과의 약속이 있어 이곳에 들렀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두 사람을 보게 되어 그냥 인사만 건넨 것이었다.
하지만 설마 박지훈이 성유리의 생일을 잊고 있을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박진우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박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성유리를 바라봤다.
그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오늘... 정말 네 생일이야?”
성유리는 그의 놀란 눈빛을 보자마자 그가 진짜로 잊었다는 걸 단번에 알았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곧장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박지훈은 급히 뒤따랐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뒷모습이 이렇게 외로워 보이는 걸 느꼈다.
주차장에 다다랐을 때, 박지훈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성유리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뒤돌지 않았다.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성유리가 진짜로 슬퍼한 이유는 그가 생일을 잊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기억이 점점 더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녀는 두려웠다. 박지훈이 전에 말했던 것처럼 언젠가 정말 모든 걸 잊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어느 날 아침, 그가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기억을 잃고 자신마저 잊게 되는 건 아닌지.
박지훈은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는 걸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미안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정말 생일을 잊을 생각은 없었어.”
성유리는 눈을 들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오늘 제 생일이에요. 지훈 씨는 어젯밤에 나한테 생일 선물 준비했다고 했어요. 큰 케이크도 샀다고 레스토랑도 예약했다고 같이 축하해 주겠다고 했어요. 나는 저녁 여섯 시부터 그곳에서 계속 기다렸어요. 지훈 씨 전화도 안 통하고 회사에도 없고...”
그녀의 말은 거기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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