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7화

성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박지훈이 갑자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옅은 입맞춤을 남겼다. 예상치 못한 입맞춤에 성유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짙은 행복감이 가슴속 깊이 퍼져나갔다. 그의 키스는 점점 더 깊어졌다. 둘은 마치 그동안 쌓인 그리움과 사랑을 모두 이 한 번의 키스에 쏟아붓는 듯했다. 박지훈은 점점 제어를 잃은 듯했고 마치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듯했다. 성유리가 급히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막았다. “지훈 씨 몸은 이제 막 회복됐어요. 당분간은 이런 일은 하면 안 돼요...” 박지훈의 눈동자에는 옅은 아쉬움이 스쳤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네 말대로 할게.” 그날 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깊은 잠에 들었다. 성유리가 깨어났을 때, 그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아침을 사러 내려가려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본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다름 아닌 양아현이었다. 성유리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주변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여긴 또 왜 왔어? 누가 너한테 오라고 했는데?” 양아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거리낌 없이 말했다. “네 남자가 깨어났다는 소문 들었어. 사실이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너희가 이렇게 잘 지내는 거 보니까 괜히 기분 더럽네.” 성유리는 비웃었다. “역겨운 사람은 많이 봤지만, 너처럼 역겨운 사람은 처음이야.” 양아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버럭 소리쳤다. “뭐라고? 누가 역겹다는 거야?” “누가 시비 걸었으면 그 사람이겠지.” 성유리가 차갑게 눈을 흘겼다. “별일 없으면 그만 돌아가. 괜히 돌아다니다 또 문제 생기면, 다음엔 네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겠네.” 성유리는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 얼른 돌아섰다. 그러자 양아현이 손을 뻗어 길을 막았다.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어디 가?” 성유리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얼굴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