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4화
박지훈은 그녀와 마주 서서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성유리는 그의 긴장한 기색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살짝 쓸어내렸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다.
그녀의 손길에 따라 그의 표정이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박지훈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반대로 잡아당기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야, 사실 어제는 많은 친구들을 초대했었어. 그런데 그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청혼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지.”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어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누구도 부르지 않았어. 지금은 우리 둘뿐이야. 비록 증인은 없지만, 그래도 내 진심만큼은 꼭 전하고 싶었어.”
성유리의 심장이 쿵쿵 크게 뛰었다. 무슨 말을 들을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목이 바짝 마르고 긴장감이 밀려왔다.
박지훈은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무의식적으로 손끝에 힘을 더했다. 그는 다른 손으로 반지 상자를 열고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성유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반지 하나. 몇 캐럿인지는 모르지만,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그녀의 취향이었다.
박지훈이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유리야, 난 정말 너를 사랑해. 너무 사랑해서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계속 함께 있고 싶어. 난 네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아. 네가 누구의 아내였든지, 아니면 누구의 엄마였든지 전혀 상관없어. 난 그저 너를 사랑하고 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을 뿐이야. 그렇게 너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유리야, 나랑 결혼해 줄래?”
성유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의 깊은 눈빛을 바라보는 순간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그들이 걸어온 길, 겪어온 모든 일들이 순간 하나의 장면으로 스쳐 갔다.
그 긴 세월 끝에 이제야 도착한 오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 역시 그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다.
성유리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네, 좋아요.”
대답을 들은 박지훈은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가 함께 피어났다.
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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