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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안지혜는 의자에서 일어섰지만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박지훈의 친구가 온 거라면 분명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박지훈을 데리고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원하는 것들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모든 일이 세상에 알려질 수도 있었다. 쾅. 안지혜가 초조해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문밖에서 누군가 발로 문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요란한 소리는 주변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다. 이런 소리에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워진 안지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뜨거운 프라이팬 위의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한 채 이리저리 서성였다. 쾅. 또 한 번의 발차기 소리와 함께 문이 순식간에 걷어차여 열렸다. 부진원은 곧바로 소파 위에 누워 있는 박지훈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박지훈의 옆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큰 키, 아름다운 얼굴, 하지만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지만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누구세요? 지훈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간 부진원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혼란스러워진 안지혜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남자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안지혜는 결국 하이힐을 신은 채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에 부진원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안지혜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안지혜가 너무 빨리 걸어간 바람에 결국 붙잡지 못했다. 쫓아가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다른 사람을 시켜 박지훈에게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워 일단은 쫓아가지 않았다. 안지혜가 저 멀리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재빨리 소파로 다가와 허리를 굽혀 박지훈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훈아, 괜찮아? 저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 한 건 아니지?” 박지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여자 나에게 약 탔어.” “약? 너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진원의 모습에 박지훈은 무거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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