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0화
박철용과 얘기할 마음이 없는 박지훈은 다급히 말했다.
“일단 유리랑 얘기 좀 하고 다시 올게요.”
“그래, 나는 괜찮으니 얼른 가 봐. 무슨 일이든 잘 설명하고, 싸움은 절대 밤을 지나면 안 돼...”
그런데 이미 밤을 넘겼을 뿐만 아니라 각방까지 쓴 상황이었다.
박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일단 가볼게요.”
약상자를 1층에 갖다 놓은 후 주위를 둘러보던 성유리는 식당에 앉아 있던 박진우와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든 순간 성유리를 본 박진우는 급히 한마디 했다.
“성유리, 아침 먹고 가. 그냥 가지 말고!”
“안 먹어요.”
“네 아침 이미 차려놨어.”
진은주도 고개를 들어 성유리를 바라보았다.
비록 거리가 좀 있긴 했지만 진은주 눈빛에 경멸이 빛이 스치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성유리를 오라고 할 마음 같은 건 없어 보였지만 차마 그냥 보낼 수는 없어 불쾌한 어조로 한마디 한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성유리는 심드렁하게 대답한 후 당당하게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기 전 뒤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박지훈이 쫓아 내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지금 박지훈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오늘 밤 어쩌면 윈드 타워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프러포즈하자마자 이렇게 큰일이 터졌으니... 성유리는 생각만 해도 너무 매우 괴로웠다.
박지훈이 밖으로 따라 나왔을 때 성유리는 이미 차 시동을 건 상태였다.
비록 유리창이 어두웠지만 박지훈은 성유리가 자신을 봤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성유리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바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성유리의 차 앞을 가로막았다.
앞만 보고 있던 성유리는 박지훈이 갑자기 차 앞을 가로막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나마 제때 브레이크를 밟았기에 박지훈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성유리는 깜짝 놀란 눈으로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박지훈은 차 앞에 팔을 벌리고 선 채 앞 유리 너머로 성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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