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7화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은 복잡하고도 미묘했다. 한 번 뿌리내린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박진우의 마음을 잠식해갔다.
그는 성유리가 다시 자기들 곁으로 돌아와주길 그 누구보다도 바랐다.
심지어 그녀와 박지훈 사이를 멀어지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수라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너무나도 깊었다. 그 어떤 외부의 개입으로도 깰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성유리가 정란 별장에 도착했을 무렵, 시계는 어느덧 밤 10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급히 내리던 그녀는 무심코 휴대폰을 차 안에 두고 내린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온 뒤에야 휴대폰이 차 안에 있다는 걸 떠올렸다.
되돌아가서 가져오려던 순간, 위층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성유리는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아이 쪽을 바라보았다.
박강훈이 2층에서 맨발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성유리는 곧장 미간을 찌푸렸다.
“강훈아, 바닥이 차가워. 왜 슬리퍼 안 신었어?”
그 뒤를 이어 박진우도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성유리를 본 그의 걸음은 어느새 조금 느려졌다.
“차 소리를 듣고 무조건 엄마일 거라고 생각했나 봐. 너무 급해서 그냥 뛰쳐내려왔어. 슬리퍼도 못 신고...”
박진우는 담담하게 설명했지만, 그의 얼굴엔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성유리는 그를 한 번 바라본 뒤, 곧장 강훈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디가 안 좋은 거야? 어디 아파서 그런 거야?”
“배가 아파요. 설사도 계속하고...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강훈은 입술을 살짝 내밀며 서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엄마가... 봐줄 수 있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성유리의 손목을 꼭 붙잡았다.
성유리는 아이의 손을 자연스럽게 이끌며 거실 소파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러고는 박진우를 향해 말했다.
“슬리퍼 좀 가져다줘요.”
박진우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 쪽 신발장으로 향했다.
신발장은 마당 쪽 바깥에 있었고, 마침 그녀의 차도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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