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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성유리는 문을 닫고 나가는 진무열을 보며 자연스레 입꼬리를 올렸다. 생긴 것과 달리 말도 많고 떠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개업 첫날인데도 실적은 성유리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매출이 너무 잘 나와서 마감을 할 때는 이미 하늘이 어둑어둑해진 뒤였다. 진무열을 먼저 보내고 성유리도 그만 돌아가려 할 때, 두 인영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양아현과 전미정이라는 두 불청객을 보게 된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날을 세웠다. “여긴 또 왜 온 거예요?” “병원에 왜 왔겠어요? 당연히 진료받으려고 온 거죠.” 전미정은 알아서 의자에 앉으며 자신의 이마를 부여잡았다. “요즘 머리가 어지러워서요. 이유가 뭔지 유리 씨가 좀 봐줄래요?” 성유리는 그런 전미정을 힐끔 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보다시피 문을 닫아서요. 아프면 본인 아버지한테 가봐요.” “병원은 문을 닫았지만 유리 씨는 아직 안 갔잖아요.” 그때 옆에 서 있던 양아현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시간 좀만 내서 맥이라도 짚어주면 안 돼요? 성유리 씨 의술은 믿고 본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저희한테도 좀 보여주세요.” “딱히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제 의술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네요. 이만 나가주세요.” 진료를 보던 책상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성유리는 문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 전미정은 언짢은 듯 따지기 시작했다. “지금 병원에서 환자를 내쫓는 거예요? 이거 소문이라도 나면 앞으로 누가 여기 와서 진료받고 싶겠어요? 의사가 환자를 고르는 건 진짜 처음이네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니까요. 장사 안 하고 싶으신가 봐요?” “장사해야죠. 하지만 원칙은 지켜야 하니까요. 이 정도로 막무가내인 환자는 별로 받고 싶지 않네요.” 그 말에 전미정은 책상을 탁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유리 씨, 예의 지켜요. 지금 누구더러 막무가내라고 하는 거예요?” “환자라고 떠들면서 들어온 사람이겠죠.” “지금...” 한 손으로 책상을 짚은 채 눈을 접으며 웃는 성유리에 제대로 화가 난 전미정은 씩씩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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