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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배찬율의 집요한 집착 때문에 허민아는 사흘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지냈다.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 듯했고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사흘째 되던 날, 고민석이 문을 두드렸다. 그는 배찬율이 아래에서 쓰러질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그저 화구 상자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 “교외에 단풍이 들었어요. 같이 가볼래요?” 차가 도심을 벗어날 때까지 허민아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플라타너스 잎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낙엽이 깔린 산길에 도착해 고민석이 개울가에 차를 세우자 그녀는 문을 열고 내렸다. 늦가을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고 개울물은 잔잔하게 부딪히며 물보라를 일으켰다. 맞은편 단풍 숲이 불길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한번 해볼래요?” 고민석이 펜을 건네며 말했다. 그러고는 개울을 마주 보고 이젤을 세워 스케치를 시작했다. 자연의 풍경 속에서 허민아는 두 팔을 벌리며 몸 전체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숯 연필이 종이 위에 첫선을 남겼다. 그녀는 갑자기 한숨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배찬율은... 제 상사였어요. 저는 그 사람 곁에서 애매한 관계로 2년을 보냈어요...” 고민석의 손이 잠시 멈췄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들었다. 허민아의 눈물이 예고 없이 떨어졌다. 강제 결혼식 영상, 가짜 혼인 증명서의 허위 도장, 수술대 위에서 마취 직전 느꼈던 숨 막힘... 그녀가 깊이 숨겨두었던 고통이 물소리와 바람 소리 속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녀는 중얼거리듯 말해 나갔다. 어린 시절의 인연부터, 김예은의 등장, 형식뿐이었던 결혼, 그리고 유산 당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김예은의 애교 섞인 목소리까지... 고민석은 끝까지 끼어들지 않고 그녀가 흐느낄 때마다 깨끗한 손수건을 건넬 뿐이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고민석은 연필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민아 씨, 그 상처들은 민아 씨 잘못이 아니에요. 누군가의 악의 때문에 자신을 과거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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