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이번 사건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허민아의 작품으로 옮겨갔고, 그녀는 단숨에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허민아의 개인 전시회가 갤러리에서 막을 올렸다. 개막 당일, 갤러리 밖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전시의 주제는 <허울을 벗고>였는데 그녀는 논란의 중심에서 ‘여성 각성’의 상징이 되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배신당한 한 여성이 어떻게 붓으로 족쇄를 풀어냈는지를.
전시장 한가운데 메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려 있었다. 푸른 나비 한 마리가 거미줄을 필사적으로 찢고 날아오르려는 모습, 이 그림은 전시의 주제이자 그녀 인생 그 자체였다.
고민석은 그 앞에 서서 부드럽고도 확고한 눈빛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전날 밤 일반 구매자 자격으로 이 그림을 구매했고, 지금은 관람객들에게 조용히 설명하고 있었다.
“거미줄은 과거의 속박이지만 나비가 몸부림치는 건 빛을 향해 살아가겠다는 의지입니다.”
허민아는 자신이 디자인한 아이보리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소매 끝에는 작은 나비 자수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침착하게 질문에 답하던 그녀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항상 고민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언제나 그녀 곁에 서서 말 없는 햇살처럼 그녀를 감싸며 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때, 익숙한 얼굴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배찬율이었다.
그는 전시장 입구에 서 있었다. 잘 다린 정장을 입었지만 수척함은 감출 수 없었고 머리카락 사이로는 눈에 띄는 흰머리까지 섞여 있었다. 그의 손에는 물방울이 맺힌 흰 장미 한 다발이 들려 있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허민아의 발걸음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으며 그저 그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담담한 시선을 보냈을 뿐이었다.
“민아야...”
배찬율이 그녀를 막아섰다. 목소리는 사포에 갈린 듯 거칠었다.
“네 그림을 봤어. 난... 내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알아. 그러니까 한 번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내가...”
“배찬율.”
허민아는 조금의 파문도 없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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