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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애초에 애정도 없던 결혼이었다. 그러니 이혼한다고 해서 미련 따윈 남지 않을 터였다. “지후 씨는 결국 이혼 안 할 거야.” 소유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설령 이혼한다고 해, 내가 현수혁이랑 다시 이어질 거란 보장도 없어.” “그러니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 어차피 문지후가 결혼에 충실한 사람도 아니고 넌 더더욱 그 결혼에 목맬 필요 없잖아.” 유연서는 친구가 괜히 이 지리멸렬한 결혼에 얽매여 진짜 사랑을 놓칠까 봐 걱정이었다. 소유나는 짧게 대답했다. “알아.” 두 사람은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 소유나가 피곤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실 정말 너무 피곤했다.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에 들었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창밖이 어둑해져 있었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하니, 밤 여덟 시. 소유나는 무심코 카카오톡을 열어 피드를 넘겼다. 눈에 들어온 건 백서윤이 두 시간 전에 올린 새 게시물. [그 사람은 아직도 날 사랑한다고 말했어.] 덧붙여진 사진은 하얀 장미 한 송이였다. 소유나는 코웃음을 쳤다. 어이가 없어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가방을 뒤져 예전에 장난삼아 샀던 커플링을 꺼냈다. 고작 몇 백만 원짜리였지만 나름 예쁘긴 했다. 그 반지를 침대 위에 올려두고 사진을 찍었다. 조명, 각도, 구도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서 천천히 캡션을 적었다. [사랑이 도달하는 가장 좋은 곳, 그건 결국 결혼 아닐까요.] 스크린을 바라보며 소유나는 스스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가식적이고 느끼한 말투, 난 못할 것 같냐.’ 업로드 전에 회사 동료들은 전부 차단했다. 어쨌든 결혼한 건 사실이니까 부끄러울 이유는 없었다. 올리고 나자마자 금세 좋아요가 쌓였다. 가장 먼저 누른 건 유연서였고 그 뒤로는 허진서 그리고 진우. 소유나는 화면을 내려보다가 피식 웃었다. 댓글엔 축하가 줄줄이 달렸다. 누군가는 ‘신혼 축하드려요’ 라고도 썼다. 소유나는 직접 댓글을 달았다. [우리는 평생 행복할 거예요.] 그 댓글, 분명히 백서윤도 볼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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