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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 시각, 허진서는 노래방 휴게 공간에서 소유나를 발견하고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소유나는 그를 보자마자 그가 온 방향을 힐끗 바라보며 문지후도 함께 왔을 거라 짐작했다. “인사라도 하죠. 저는 허진서라고 해요.” 허진서는 신사답게 손을 내밀었다. 소유나는 예의상 악수하며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그냥 얼굴이나 익히려고요.” 허진서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소유나는 그가 자신과 문지후의 관계를 아는 줄 알고 더 묻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허진서의 눈이 반짝였다. 보기만 해도 편안한 잘생김이 사람 마음을 쉽게 흔들었다. 문지후 그 녀석만 그걸 모를 뿐이었다. “같이 인사하러 갈래요?” 허진서는 그녀를 문지후 앞에 데려가 제대로 된 미인이 뭔지 보여 주고 싶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라면 가식이 좀 있어도 상관없었다. 소유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문지후가 시켜서 온 거겠지’ “좋아요.” 허진서는 그녀가 이렇게 순순히 응하자 약간 놀랐다. 아마 헌팅에 익숙하고 세상 물정에도 밝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야망 있고 예쁜 여자를 반겼다. 물론 전제는 아주 예뻐야 한다. 허진서는 소유나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며 문지후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려 득의양양함을 드러낸다. 그는 소유나를 옆으로 끌어당기려다가 진우의 부름을 들었다. “사모님.” 허진서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는 어리둥절한 채 진우를 바라보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누구 부르는 거죠?” 진우의 시선은 곧장 소유나에게 떨어졌다. 소유나 역시 어리둥절했다. 허진서는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였고, 문지후가 시켜서 온 것도 아니었다. 허진서는 머쓱해져서 소유나와 거리를 두더니 다시 물었다. “문지후 아내 맞아요?” 소유나는 문지후를 힐끗 보며 지금 고개를 끄덕여야 하나 고민했다. 어차피 문지후가 둘의 관계를 비밀로 하자고 했으니까. “지후 씨한테 물어보세요.” 소유나는 공을 문지후에게 넘겼다. 문지후는 담배를 누르고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그걸로 충분히 답이 됐다. 허진서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문지후와 소유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지금 농락당한 거야?” 소유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허진서가 그녀의 정체를 모를 줄 알았으면 따라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면 저는 먼저 나갈게요.”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빨리 떠나려고 했다. 허진서는 그녀가 사라지자 문을 닫고 술을 따라 한 모금 들이켠 뒤에야 문지후의 앞에 섰다. 무미건조한 그 표정이 괜히 거슬렸다. “역시 너만 이렇게 태연하지.” 허진서는 맞은편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솔직히 그 여자보다는 백 배는 낫잖아.” 그러고는 진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요?” 진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문지후가 그를 힐끗 흘겼다. “말 많아.” “진짜 안 좋아해?” 허진서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보니까 둘 다 서로한테 관심 없는 것 같던데. 이혼해. 내가 대신 결혼할게.” 문지후는 피식 웃었다. “유나 씨, 나 좋아해. 그리고 이혼 안 한대.” 허진서는 그를 훑어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너 좀 으쓱한 것 같은데?” “사실만 말한 거야.” 문지후가 시선을 흘기며 말했다. “유나 씨가 원하면 언제든 이혼해 줄 수 있어. 네가 데려가.” 허진서는 눈을 굴렸다. “참, 쓰레기 같다.” 문지후는 그가 뭘 떠들든 개의치 않았다. ... 두 시간을 노래한 뒤에야 소유나 일행은 방을 나섰다. 웃고 떠들던 중 누군가 수줍게 속삭였다. “뒤에 완전 잘생긴 남자 셋 있어요, 진짜 대박이에요.” 모두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마침 문지후가 재빠르게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동작조차 화보 같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허진서와 대화 중이었고, 허진서는 정장에 안경을 쓴 채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모습이 눈부셨다. 진우는 말없이 서 있는 냉철한 모델 같은 타입이었다. 세 사람이 등장하자 소유나의 동료들은 물론 들락날락하는 여자들까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용감한 이들은 연락처를 달라며 다가오기도 했다. 문지후는 곧장 걸어가며 단칼에 거절했다. 진우도 무반응이었다. 허진서만 명함을 내밀며 미소 지었다. “시간 되면 연락해요.” 이런 상황에 아주 익숙한 모양새였다. 문지후는 그런 허진서를 무시한 채 소유나의 앞을 지나쳤다. 소유나는 살짝 몸을 비켜 길을 내줬다. 그 순간을 포착한 문지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시선이 맞닿자 소유나는 잔잔히 웃었고, 문지후는 곧장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소유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허진서는 다가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같이 갈래요?” 그 말에 모든 시선이 소유나에게 쏠렸다. “괜찮아요.” 소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같이 가요.” 허진서는 창밖을 살짝 바라보며 덧붙였다. 상상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이대로 남아 있으면 동료들의 호기심을 피할 수 없으리란 걸 알고, 소유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사람들의 놀란 시선을 뒤로한 채 소유나는 허진서를 따라나섰다. 문지후는 아직 차에 타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소유나와 허진서가 다정히 이야기하며 나오는 모습을 보고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네가 유나 씨 데려다줄 거야, 아니면 내가 데려다줄까?” 허진서가 웃으며 물었다. 이제야 두 사람이 함께 살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문지후는 소유나를 바라봤다. 소유나는 당당하게 그 시선을 받아내더니 허진서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진서 씨한테 부탁드려요.” 허진서는 문지후를 향해 한쪽 눈썹을 올렸다. “알겠어요.” 그는 조수석 문을 열며 웃었다. “타요.” 소유나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허진서는 문을 닫으며 문지후를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먼저 갈게.” 차가 떠나자 문지후는 그 자리에서 표정을 읽기 힘든 얼굴로 서 있었다. 진우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누가 더 무모한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소유나가 남편 눈앞에서 다른 남자의 차에 올라탄 건 정말 대담했다. ... 차를 몰며 허진서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지후를 좋아한다면서요?” “그 사람이 말했어요?” 소유나는 그 외에는 말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네. 근데 왜 결혼했어요? 정말 좋아서?” 소유나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안 좋아하면 왜 결혼해요?” 허진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었다. “유나 씨 같이 예쁜 사람 제가 몰랐을 리가 없어요. 그리고 제가 모르는 사람은 지후를 좋아할 만한 계기가 없어요.” “지후 씨한테 도움받은 적 있어요.” 소유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은혜를 갚으려는 거죠.” 허진서는 우스운지 크게 웃었다. “목숨이라도 구해줬나요? 아니면 어떻게 몸 바쳐서 보답하겠어요?” 마침 차는 과거 어머니가 몸을 던지려 했던 그 다리 위로 올라섰다. 소유나는 마음속 한 줄기 어두운 기억을 눌러 담으며 짧게 대답했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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