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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유연서의 어머니는 소유나의 말이 제법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딸이 고향에서 괜찮은 상대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 그것이 그녀의 오랜 바람이었다. 그래야 집안일도 챙길 수 있고 어려울 때면 서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도시에서 돈 많은 사람을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최소한 집안에 돈 들어갈 일이 생겼을 때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계산이었다. “유나 말이 일리가 있네.” 유연서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유연서는 속이 상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때 소유나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연서 씨는 젊고 예쁘고 능력도 있으니 시집 못 갈 걱정은 없어요. 어머님 아버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연서 어머니는 시무룩한 얼굴을 한 딸을 흘끗 보더니 눈을 흘기며 혀를 찼다. “나는 연서가 밖에 나가서 너무 제멋대로 굴까 봐 걱정이야. 바깥세상 좋다고 해도 잘못하면 사기당하기 십상이거든. 내 말대로 고향에서 직장 다니는 성실한 사람 만나면 얼마나 좋아.” 유연서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아 밥그릇을 들고 뒷문으로 나가 버렸다. “얘 좀 봐라… 정말 속을 썩인다니까.” 엄마는 딸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곧 소유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역시 유나가 철이 들었어. 빨리 시집가서 남편한테 기대고 아이라도 낳아야 안정이 되지.” 소유나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엄마는 여전히 딸 생각뿐이었다. “유나야, 네가 연서 좀 잘 타일러 줘. 얘는 복에 겨운 줄 몰라. 우리가 부모라고 딸을 해치겠니? 근데 바깥에서 몇 년 살더니 제멋대로 굴고 부모 말을 안 들어.” 그러곤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소유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그 진우라는 애도 괜찮아 보이긴 해. 더 좋은 사람 못 찾으면 일찍 결혼해도 무방해. 네가 연서랑 친하고 같은 도시에도 있으니 틈틈이 얘 좀 지켜봐 줘. 적당히 만족할 줄 알아야 해. 남자 마음이란 금방 변하거든.” “네. 걱정하지 마세요. 연서도 알아서 잘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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