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소유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인내심은 또다시 무너지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맨날 그를 기다리는 걸로 보이기 싫었던 소유나는 일부러 툭 던지듯 말했다.
“나 벌써 먹었어요.”
전화기 너머로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알겠어.”
문지후가 말했다.
소유나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끊었는데 자기 휴대폰이 아니라면 그냥 내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개자식! 대체 날 뭐로 보고 쥐락펴락하는 거야!’
소유나는 벌떡 일어나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며 겨우 분을 삭였다.
기분이 엉망이었다.
원래는 국수 한 그릇만 먹고 회사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동료들에게 약속 있다고 말한 터라 너무 일찍 복귀하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소유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유연서에게 전화를 걸어 밥 먹었냐고 물었고, 마침 유연서도 아직 안 먹었고 회사 근처에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만났다.
유연서는 식당 간판을 보며 말했다.
“양식이야? 점심부터 이렇게 격식 차리기야?”
“사는 게 다 먹으려고 버티는 거잖아. 나 여기 한 번도 안 와봤어. 내가 쏠게.”
“아이고, 황공하옵니다.”
유연서가 장난스레 말하자 소유나는 웃음을 지었다.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내리자마자 레스토랑이 보였다.
바이올린 선율이 잔잔히 흐르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드는 것이 마치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감정이 조용히 쉴 자리를 찾은 듯했다.
“인정. 분위기 하나는 끝내주네.”
유연서가 소유나에게 속삭였다.
“근데 음식 맛은 기대해도 되는 거야?”
“먹어보면 알지.”
소유나가 짧게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종업원을 따라 창가 자리로 향했다.
그런데 막 자리에 닿기 직전, 소유나가 걸음을 멈추자 유연서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네 남편... 저 여자 설마 전 여친?”
소유나는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곤 못 본 척 자리를 향했다.
“모른 척해. 상관없어.”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는데 유연서가 앉은 자리에서는 문지후가 그대로 보였다.
“우리 쪽 본다.”
유연서가 작게 말했다.
“근데, 문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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