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뻔하잖아. 소예린을 그렇게 아끼니 내가 너희 둘을 이뤄줬지.”
송하윤은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그는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화가 났다.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하윤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난 소예린을 좋아하지 않아. 그냥 동생으로만 대할 뿐이야. 믿지 못한다면 맹세할게. 내가 소예린을 좋아한다면 하늘이 무너지고 비참하게 죽을 거야! 도 분명히 알고 있잖아.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건 너뿐이라는 걸! 이렇게 날 다른 여자 옆으로 밀어내는 건 내 심장을 파내는 거나 뭐가 달라!”
그의 말은 진심이었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담담했다.
“육현석, 네가 누구를 좋아하든 나와는 상관없어.”
이 말을 다시 들은 육현석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뭐가 상관이 없다는 거야? 왜 내 일은 늘 너와 상관이 없는 거야! 하윤아, 혹시 전에 납치당했던 일 때문에 아직도 화가 난 거야? 그날 우리가 혼인 신고를 못 했잖아. 며칠 전에 날짜를 보니까 5일 뒤면 길일이더라고. 그때 다시 가서 혼인 신고하자. 부탁이야. 제발 화 풀자. 응?”
‘5일 뒤?’
송하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웃었다.
참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그날은 바로 그녀가 이곳을 떠날 날이기도 했다.
이후 며칠 동안 육현석은 소예린이 몸이 약해 자신을 떠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속 병원에서 소예린을 간호했다.
송하윤은 묻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러다 부모님의 기일이 다가왔다.
그녀는 단색 검은 원피스로 갈아입고, 미리 준비해 둔 향초와 제물을 챙겨 막 나서려 했다.
그때 육현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마치 병원에서 막 돌아온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디 가?”
그가 물었다.
“사당.”
송하윤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님께 제사 지내러.”
육현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같이 갈게.”
“필요 없어.”
“내가 그분들의 사위인데 어떻게 안 갈 수가 있겠어?”
그는 단호한 어조로 그녀의 물건을 받아들었다.
사당 안에는 향불 연기가 자욱했다.
송하윤은 부모님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합장한 채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아빠, 엄마, 저 이제 곧 이곳을 떠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잘살 거예요... 아저씨가 잘 보살펴 주실 거예요.”
옆에서 육현석도 향을 피우며 정중하게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제가 하윤이를 잘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안심하세요.”
그의 말을 들은 송하윤은 입가에 비웃음이 흘렀다.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사당 문이 갑자기 열렸다.
소예린이 검은 원피스를 입고 눈가가 붉어진 채 들어왔다.
“현석 오빠, 하윤 언니...”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두 분이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께 제사 지내는데 왜 저를 부르지 않았어요.”
육현석이 표정이 부드러워지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는 발신자 표시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 좀 받고 올게.”
떠나기 전, 그는 송하윤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 사이좋게 지내. 더는 싸우지 마.”
송하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육현석이 떠나자마자, 소예린의 얼굴에서 연약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송하윤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송하윤, 알아? 넌 꼭 바보 같아. 여기서 개 두 마리의 유골에 제사 지낸다니... 몇 년 전부터 네 아버지, 어머니 유골을 개 유골로 바꿔놨어. 그리고 네 아버지, 어머니 진짜 유골은 이미 내가 뿌렸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