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이혼 소송은 변호사에게 맡겼으니 이제 심유나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친척들을 고림 그룹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친척들의 행방을 물은 뒤 택시를 타고 곧장 둘째 삼촌 심창해의 집으로 향했다.
심창해의 집은 시 외곽의 오래된 아파트였다. 건물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화투패 부딪히는 소리와 시끌벅적한 고함이 뒤섞여 들려왔다.
반쯤 열린 문을 밀고 들어가자 방안은 매캐한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거실에는 화투판이 두 개나 벌어져 있었고 모여 앉은 심 씨 집안 친척 열댓 명은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생기가 돌았다.
“어머, 유나 왔니!”
눈썰미 좋은 둘째 숙모가 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하고 반색하며 일어났다.
“웬일로 여기까지 다 왔어, 어서 와서 앉아!”
심창해는 입에 담배를 꼬나문 채 손을 크게 휘둘렀다.
“고도리야! 스톱!”
그는 의기양양하게 패를 내밀며 돈을 챙길 뿐, 심유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심유나의 사촌 오빠 심재훈이 다가와 물 한 잔을 건넸다.
“오빠, 오빠들 일자리 다 고태준이 새로 알아봐 준 거지?”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심재훈은 헤벌쭉 웃으며 대답했다.
“유나야, 이제 매제랑 그만 좀 싸워라. 매제가 얼마나 통이 크냐? 우리가 실수 좀 한 걸 따지기는커녕 새 일자리까지 구해줬잖아. 월급도 전보다 훨씬 많아. 이게 다 네 체면을 봐서 해준 일 아니겠어.”
옆에 있던 고모도 거들었다.
“그래, 유나야! 정신 차려라. 멀쩡한 고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두고 왜 그래? 여자가 이혼해봤자 꼬리표만 따라붙는 거야. 고태준 같은 신랑감을 어디서 또 보겠어. 네 생각해서 우리 집안 빚 수십억을 갚아줬는데, 염치가 있어야지!”
쏟아지는 말들에 심유나는 헛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고태준이 돈으로 입을 막아놓자,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태도를 바꿔 그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녀는 혈육이 아닌, 단지 이권을 챙겨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저 이혼해요.”
심유나가 시끄러운 노름판보다 더 크게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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