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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내가 당사자인데, 나랑 직접 면담도 없이 처리했다는 게 말이 돼요?” 하도겸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눈빛은 붉게 충혈됐고 말투는 거칠게 터져 나왔다. “당신이 변호사예요? 기본적인 절차도 모르십니까?” 변호사는 그 기세에 움찔하며, 황급히 서류를 들춰봤다. “잠시만요... 제가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는 서류를 넘기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는 한껏 낮고 조심스러웠다. “하 대표님께서 6년 전에 이미 자필로 서명하셨고, 재산 분할과 관련한 조항도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근거로 이번 절차는 별도 연락 없이 진행된 겁니다. 형식상 큰 문제가 없어서요...” “저는 이혼에 동의한 적 없다니까요!” 하도겸은 분노에 찬 눈으로 이혼확인서를 움켜쥐고 그대로 구겨버렸다. “내 아내, 지금 어딨습니까? 직접 만나서 얘기해야겠어요.” “죄송합니다. 저도 모릅니다.” 변호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하도겸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변호사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더니 주먹을 날렸다. “말해! 예원이가 어딨는지 당장 말하라고!” 변호사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깨진 안경 너머로 두려운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죄송합니다. 변호사 윤리에 따라, 의뢰인의 거처나 연락처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하신다면 말씀을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연락처 넘겨요.” “하 대표님, 정말 죄송하지만... 그건 드릴 수 없습니다. 설령 오늘 절 이 자리에서 피투성이로 만든다고 해도 직업 윤리상 불가능합니다. 대신... 전하실 말씀이 있으면 제가 꼭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하도겸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아주 길고 조심스러운 메시지를 천천히 써 내려갔다. 심예원은 예상치 못한 메시지를 받고 한동안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하도겸이 두 번 다시 그들 모녀를 찾을 이유가 없을 줄 알았지만 그 메시지에는 예상치 못한 말들이 담겨 있었다. 긴 글 속엔 후회와 진심이 가득했다. [예원아, 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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