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궁중에 머물게 해주소서
하종수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려 버렸고 영용부인을 노려보며 준엄하게 꾸짖었다.
“아직도 가만있을 작정이냐? 어서 하혜원을 떼어 놓아라!”
영용부인은 허겁지겁 자리를 박차고 나가 하혜원의 팔을 붙잡았다.
“혜원아, 함부로 날뛰지 마라.”
그제야 하혜원은 전각 안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꽂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혜원은 자신도 실수를 자각했으나 곧바로 떠올렸다. 자신은 이미 태자에게 하사가 내려진 몸, 머지않아 태자비가 될 사람이었다. 태자비가 될 몸이라면 태자를 위해 말할 자격이 있다고 여겼다.
하혜원은 발걸음을 재촉해 전각에 되돌아와 고개를 곧추세워 섭정왕 독고용재를 바라보았다.
“섭정왕 마마, 비록 태자께서 군사를 멋대로 움직이셨다 하나, 일국의 태자께 군사 천 명을 움직일 권한조차 없단 말씀이옵니까. 이 강산은 머지않아 태자 전하의 것이 될 터인데 섭정왕 마마께서는 다만 대행으로서 섭정하실 뿐입니다. 폐하께서 권한을 내리신 까닭이 사사로이 권세를 휘둘러 원한을 갚으라 하심이겠사옵니까. 오늘과 같이 백관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현 태자한테 곤장을 치다니요. 소문이 퍼지면 국체가 손상될 것입니다. 황후 마마, 소녀의 말이 옳지 않사옵니까.”
순간 장내가 술렁였고 어떤 이는 하혜원이 미친 것 아니냐는 눈길을 주었다. 방금 박 내시가 성지를 받들어 읽지 않았던가. 섭정왕에게는 태자를 폐할 권한이 있으며 태자에게 곤장을 내린 까닭 또한 태자가 병마를 사사로이 움직여 군율을 어긴 죄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곱게 자란 아가씨들이라 상황을 모를 수는 있어도 이 많은 대신 이 지켜보는 앞에서 섭정왕이 형벌을 남용하고 사사로이 앙갚음한다고 단언하다니 하혜원이 제정신이냐는 수군거림이 돌았다. 게다가 황후를 끌어들이며 같은 편이라도 되는 듯 말하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겠는가. 하혜원은 분명 정승 가문의 둘째 아가씨이니 가문의 명예가 무너지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황후의 안색 또한 무겁게 가라앉았다. 본디 황후는 하혜원을 그다지 곱게 여기지 않았다. 이번에야 태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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