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우연히 마주친 태자
원취옥은 곧 눈치챘고 얼굴빛이 잠깐 달라지더니 곧 평온을 되찾았다.
“내가... 앞이 안 보이는 게냐?”
목소리는 잔물결 하나 일지 않았다. 하지연이 잠시 말을 고르더니 낮게 답했다.
“당분간일 수 있습니다. 머리를 다치며 시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 괜찮다.”
원취옥은 더듬어 하지연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내 눈은 오래전에 이미 멀었단다. 오래도록 멀었건 거야.”
원취옥의 말끝에는 아주 작은 한숨이 섞였다. 원망도 격한 감정도 없었지만 하지연과 대진국공주 독고은정의 귀에는 더 깊은 쓸쓸함으로 번져 왔다. 차라리 울분을 터뜨렸다면 이토록 짙게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연이 가슴속 분노를 누르며 물었다.
“어찌 된 일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원취옥이 되물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 있는 게냐?”
독고은정이 받아 말했다.
“부인, 지금은 약방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본궁도 여기 있으니 말하면 된다.”
원취옥의 어깨가 조금 풀어졌다.
“공주께서도 함께 계셨습니까. 좋습니다.”
원취옥은 하지연의 손을 붙잡은 채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하지연이 허리와 뒤통수에 부드러운 베개를 괴어 주었다. 약방 의원이 물 한 잔을 내밀었고 하지연이 받쳐 마시게 한 뒤 조용히 물었다.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세요. 하종수가 무엇 때문에 어머니를 밀어 떨어뜨렸습니까.”
그러자 원취옥이 손을 저었다.
“그 사람이 아니란다...”
독고은정의 눈매가 번뜩였다.
“아직도 그자를 보호하려는 거냐? 방금은 그들이 밀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원취옥이 담담히 말했다.
“공주마마, 노여움을 거두세요. 하종수는 마차에 있지 않았습니다. 영용부인과 하혜원 모녀가 저를 밀어 떨어뜨렸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한 거냐?”
독고은정의 목소리가 매서워졌다.
“어찌하여 너를 밀어 내렸단 말이냐?”
원취옥이 옅게 웃었다.
“궁에서 제가 한 말 때문에 그 여인이 체면을 몹시 잃었기에 쉽게 넘길 리 없었습니다. 다만 이토록 성급하게 귀가도 하기 전에 길에서 저에게 손을 쓸 줄은 몰랐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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