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화 망할
예친왕은 태후의 말 한마디에 이미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겉으론 온화했으나, 그 속에는 분명 꿍꿍이가 숨어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병풍 뒤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눈썹이 날카롭고 눈빛이 서늘했다.
“사납다 하였습니까? 거칠다 하였습니까? 안 예쁘다 하였습니까?”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친왕의 귓가에 박히듯 울렸다.
그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느긋하게 웃었다.
“사납긴 하지. 하지만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건 오히려 강점이오. 거칠다... 그럴 수도 있소. 그래도 꾸며내는 여자보다 낫지 않소. 안 예쁘다니, 그건 눈이 다른 탓이오. 코는 반듯하고 눈은 또렷하니, 다만 햇볕에 그을려 피부가 검을 뿐, 내 보기엔 충분히 아름답소.”
그의 왕비 연희, 북안공주는 대주국의 기준으로 보면 미인이라 하기 어려웠다. 피부가 까무잡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매가 시원하여, 만약 이 시대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미인이었을 것이다.
연희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래서 그 혼례복은 둘째 왕비 맞으려 남겨둔 것입니까? 제가 아이를 못 낳는다 여겨 싫증이 난 게 아닌지요? 좋습니다. 그 옷 잘 간수하시지요. 저는 내일 곧 북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다시는 그 얼굴 볼 일 없을 것입니다.”
“그럴 리가 있소. 내가 언제 그대에게 눈치나 주었소.”
그러나 실상은, 언제나 그가 그녀의 눈치를 보고 살았다.
태후가 중간에 나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만 다투어라. 돌아가 쉬거라. 혼례복이야 다른 데서 빌리면 되느니라.”
예친왕이 고개를 숙였다.
“어찌 남의 것을 빌리시옵니까. 혼례복이란 평생 한 번뿐이오니 묵혀 두면 헛일이옵니다. 태후마마께서 사람을 보내시어 제 왕부에서 가져가시옵소서.”
태후의 미간이 풀리며 웃음이 번졌다.
“셋째야, 괜히 억지 쓰지 마라. 내 다른 데서 빌리면 되느니라. 아니면 용재에게 친왕 조복이나 섭정왕 조복을 입히면 되지.”
예친왕은 연희의 눈빛을 슬쩍 보고는 급히 말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혼례는 혼례복을 입어야 예법이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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