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환영
덕양왕은 의식이 돌아오긴 했으나 이내 침상에서 굴러떨어졌다.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땅바닥을 구르며 괴성을 질렀고 다리가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었으나 두 손은 미친 듯 허공을 휘저었다.
“물러가라! 다 꺼져라!”
궁인들이 다가가 붙들려 하자 덕양왕은 손을 휘둘러 거칠게 밀어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정신은 돌아온 듯했으나 광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흠아!”
황후가 달려가 붙들었으나 덕양왕은 그녀를 거칠게 밀쳐 땅에 넘어뜨렸다.
양 상궁이 다급히 부축하자 태후가 옆에서 외쳤다.
“어의들은 뭐 하느냐! 어서 나서지 않고!”
그러나 덕양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듯 허공에 팔을 휘두르며 뒤로 기어갔다.
“물러가라! 본왕이 죽인 게 아니다! 복수할 거면 날 죽인 자에게 가라!”
하지연은 그제야 알았다. 간질 증세가 발작한 후 일부 환자들은 광증을 일으키며 헛것을 본다. 게다가 산소 부족으로 인해 환각까지 불러온다.
이건 몹시 위험한 상태로 통증 감각이 마비돼 거칠게 몸부림치다 자신을 더 다치게 할 수 있었다.
목과 다리에 이미 상처를 입은 덕양왕이 이리 날뛰면 고정조차 무용지물이 된다.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즉시 침을 놓아 혈을 막고 피를 뽑아 열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태후가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하지연이 마음대로 손을 댈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연은 결심하듯 궁인을 밀치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잡아라!”
영귀 대비마마가 소리쳤지만 하지연은 이미 덕양왕 곁에 무릎 꿇고 앉아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물러가라! 이곳은 내가 지키고 있다. 덕양왕을 해치지 못하리라!”
신기하게도 덕양왕은 그 말에 하지연의 뒤로 몸을 숨기면서 겁먹은 아이처럼 고개만 살짝 내밀며 주위를 살폈다.
순간 전전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으며 다들 하지연의 행동에 경악했다.
덕양왕이 헛소리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지연까지 마치 무언가 보이는 듯 행동하니 정녕 귀신이라도 있는 걸까?
태후와 영귀 대비마마마저 잠시 말문이 막혔으며 궁인들도 차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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