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온의준의 이름을 빌린 자
어화원 밖에서 영귀 태비마마는 아직 출궁하지 않고 화원의 정자에다 여러 가지 다과를 차려 두고 무려 세 번이나 사람을 보내 독고용재를 불러왔다.
독고용재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영귀 태비마마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겼다.
밤빛은 고요하고 산들바람이 은은히 불어왔으며 풍등이 점점이 밝혀져 화원의 한구석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영귀 태비마마는 돌의자에 앉아 차를 들고 있었는데 그 얼굴에는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독고용재가 다가오자 영귀 태비마마는 눈을 들어 차갑게 노려보았다.
“어마마마!”
독고용재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이렇게 늦도록 아직 돌아가지 않으신 겁니까? 오늘 밤은 궁에서 주무시려는 겁니까?”
영귀 태비마마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손을 휘저어 주변의 시녀들을 물러나게 하고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꾸짖었다.
“아직 내가 네 어미로 보이기는 한 게냐? 네 눈에 과연 내가 있기나 하더냐!”
독고용재는 미간을 좁혔다.
“왜 이리 노여워하십니까?”
“왜냐니?”
영귀 태비마마는 분노로 몸이 떨려 손까지 떨렸다.
“덕양왕의 생사가 너와 무슨 상관이더냐! 황후가 너를 경계하니 덕양왕과는 거리를 두라고 일렀거늘 왜 듣지 않는 게냐? 오늘은 아예 태후마마까지 노하게 만들더구나. 태후마마께서 오늘 밤 얼마나 크게 화가 났는지 아느냐?”
독고용재는 태연한 얼굴로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어마마마께서 잘 달래시면 그만입니다.”
“달래라니?”
영귀 태비마마는 언성을 높였다.
“어찌 달래란 말이냐! 그 아이는 태후마마의 손주다. 내가 목 터지게 변명한들 태후마마께서는 네 오늘의 독단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넌 폐하의 명으로 섭정왕이 되었을 때 이미 황후와 태자의 미움을 샀다. 지금껏 태후마마께서 막아 주었는데 이제 태후마마마저 노하게 했으니 앞으로 네가 어떤 곤경에 처할지 뻔하지 않으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덕양왕의 병세가 호전된다면 태후마마께서는 본왕에게 감사를 표할 겁니다.”
영귀 태비마마는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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