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대질
황후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죄를 청하러 오셨다 하셨습니까? 그럼 혼약을 파기한 일 때문이 틀림없겠지요.”
하종수는 얼굴을 붉히며 아뢰었다.
“황후 마마, 과연 그러하옵니다. 신은 바로 그 일 때문에 죄를 청하러 왔사옵니다. 신이 집사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여 덕양왕 마마의 위신을 떨어뜨렸으니 만 번 죽어도 그 죄를 씻을 길이 없사옵니다.”
“집사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일과 원 씨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황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모든 책임을 하지연에게 떠넘길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도 원 씨가 거론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까 손 내관이 전할 때 그녀는 손 내관이 잘못 들었겠거니 했지만 뜻밖에도 사실이었다.
하종수가 말했다.
“황후마마, 혼약을 파기한 일은 원 씨가 사사로운 감정에 눈이 멀어 앞뒤 가리지 않고 일을 벌인 탓에 큰 화를 부른 것이옵니다. 신이 부덕하여 저리 방자하게 구는 것을 막지 못하였사오니 황후 마마께서 벌하여 주시옵소서.”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 어디 자세히 말해 보시지요.”
황후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민비는 이에 태후에게 아뢰었던 내용을 한 치의 틀림도 없이 그대로 되풀이했다.
황후는 듣고 나서 미소를 지으며 태후에게 물었다.
“어마마마께서도 이 이야기를 들으셨으니,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태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바로 답했다.
“원 씨가 정말 그리 못된 짓을 저질렀다면 응당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종수와 영용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서로 눈짓을 주고받은 뒤, 이내 고개를 숙였다.
황후는 다시 태후에게 물었다.
“어마마마께서는 혼약을 파기한 일에 대하여 얼마나 자세히 알고 계시는지요?”
태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황후의 속뜻을 알아차렸다.
그날 궁궐에 전해진 소식은 단순한 바깥의 뜬소문이 아니라 혼례 행렬을 따라갔던 이들이 돌아와 고한 내용이었다. 즉, 그날 일어났던 일, 적어도 정승댁 문 앞에서 오간 파혼장과 하지연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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