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성밖에 몸을 숨기다
하지연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였고 몸에도 멍과 찢긴 자국이 가득했다. 벼랑에서 몸을 던졌을 때 첫 번째 바위턱에 떨어지기는 했으나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굴러내려가다가 다음 평지에 이르러서야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그녀는 곧장 바위 뒤로 몸을 숨겨 추격자들의 눈을 피했었다.
나중에 두 명의 호위가 멀어져 가자 그제야 하지연은 조심스럽게 몸을 드러냈고 다행히 그곳은 볕이 잘 들어 탈혼환으로 삼노끈을 풀고 송은탁이 오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아프냐?”
낮게 울리는 독고용재의 목소리엔 묘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고 칠흑 같은 눈동자는 깊은 연못처럼 그녀의 모습을 비췄다.
하지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실제로도 크게 아픈 것은 아니었다. 특공대원을 하면서 단련된 몸인데 고작 이 정도 외상으로 무너질 리가 없었다.
독고용재의 손끝이 그녀의 목덜미에 난 큰 상처 위에 닿았는데 그의 손가락에 온기가 전혀 없었고 미세한 떨림마저 전해졌다. 손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온 힘을 다해야 하는 듯했다.
하지연은 그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내려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마마께서 눈을 뜨신 것만으로도 이보다 기쁜 일이 없습니다. 마마를 걱정하는 이가 많습니다.”
독고용재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으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날 걱정하는 이가 많다고?”
물음 같기도 하고 자조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연은 의아한 눈빛을 보였다가 독고용재가 천천히 눈을 감자 더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체온을 짚어봤는데 여전히 열이 내리지 않았다.
“상처를 다시 살펴야겠습니다. 아파도 잠시만 참으십시오.”
하지연은 그의 옷을 벗기며 조심스레 말했고 독고용재는 갑자기 눈을 떴다.
“이틀 동안 너를 괴롭힌 자는 없었느냐?”
하지연은 계속해서 손을 놀리며 그를 쳐다보지 않고 대답했다.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네 몸의 상처는 어쩌다가 생긴 것이냐?”
“개에게 쫓기다가 넘어져서 생긴 것입니다.”
“...”
마침 그때 송은탁이 음식을 들고 들어왔고 독고용재가 깨어난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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