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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첫 채찍이 등 위를 내리치자마자 강소미의 옷은 찢어졌고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고통을 참으며 소리쳤다. “나 아니야. 진짜로 나 아니라고. 강서윤 그 계집이 날 모함한 거라고.” 덕수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 고집 좀 그만 부려요...’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두 대, 세 대, 네 대... 회초리가 계속해서 날아들었고 마침내 강소미는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심지어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중얼거렸다. “나... 아니야... 진짜... 아니야...” 강호석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이를 악물었다. “여봐라, 이 불효녀를 당장 끌고 가. 내 허락 없이는 앞으로 석 달간 집 밖 출입 금지야.” ‘석 달? 석 달 동안 아무 데도 못 간다고?’ 경유진은 무너질 듯한 얼굴로 딸을 부여잡았다. “아버님, 얘는요... 유명 모델이에요. 석 달 동안 외출 못 하면 인기도 완전히 떨어져요...” 강호석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 “이딴 망신을 당해놓고 무슨 모델 질이야? 당장 그만두게 해. 당장 물러나서 조용히 다른 일 찾아. 그 말도 안 듣겠다면 우리 강씨 집안에서 나가!” 그 목소리에는 오래간만에 되살아난 가장으로서의 위엄이 실려 있었다. 경유진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어붙었고 결국 하녀들과 함께 강소미를 부축해 끌고 나갔다. 그녀는 떠나기 전 강서윤을 향해 분노에 찬 시선을 던졌다. ‘다 네 잘못이야. 네가 도와주기만 했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어. 이 악독한 계집애야. 넌 우리 집에 있을 자격도 없어.’ 강소미가 끌려간 후에도 거실엔 피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중 가장 얼굴이 창백해진 사람은 강서진이었다. 마치 그 채찍이 자기 등을 내리친 듯 심장이 벌벌 떨렸다. 왜냐면... 그 많은 일들 중에 대부분은 그녀가 강소미에게 하라고 부추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할아버지가 그걸 알게 된다면... 나도 그 꼴을 당하겠지.’ 그녀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고 지금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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