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사진작가는 그제야 강서진의 말을 떠올리고 시선을 내린 채 화면을 확인했다.
사진 속엔 분명 강서진도 나쁘지 않게 나왔다.
하지만 분홍색 배경에 분홍색 플라밍고 거기에 연한 아보카도 색 드레스를 입은 강서진까지... 전부가 하나로 녹아들어 배경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에 반해 유일하게 진한 원색인 레드 드레스를 입은 강서윤은 그 사진 안에서 단연 돋보였다.
가장 안타까운 건 강서윤이 팔꿈치를 괴고 기대어 있던 대상이 바로 강서진이었다는 점이었다.
강서진은 플라밍고 목에 고개를 살포시 기대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마치 충실히 제 역할을 다하는 티 테이블 같았다.
혹은... 뒤에서 강서윤의 길을 안내하는 하녀 혹은 시녀처럼도 보였다.
사진 자체는 정말 훌륭했다.
강서진이 철저한 배경으로 전락한 것만 제외하면 완벽 그 자체였다.
사진작가는 차분히 말했다.
“다시 찍을 필요 없겠네요. 이미 아주 잘 나왔습니다. 두 분 모두 옷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강서윤은 바로 탈의실로 향했다.
이미 승패는 정해졌고 더 이상 볼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서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자포자기한 건가? 지는 거 알아서 미련 없이 떠난 거겠지?’
‘이 기세를 몰아 강서윤을 완전히 밟아버릴 수 있다면... 지금 사진 두 장만 먼저 손에 넣어 유출한다면 대중은 단번에 내 편을 들겠지.’
강서진은 그 생각에 입꼬리를 더 올리고 피트에게 다가갔다.
“피트 감독님,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혹시 제 사진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얼굴엔 매혹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런 강서진의 요청을 마다할 남자는 거의 없었다.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물론이죠. 다만 이 카메라와 렌즈는 수십억이 넘는 고가 장비라서요. 제 옆에 서서 같이 보시죠.”
“좋아요.”
강서진은 조용히 다가서며 동시에 뒤쪽에 있던 송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송가인은 눈치채고 조용히 강서진 뒤로 다가가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는 척하며 카메라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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