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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장

오후 한성 그룹 회사에 있던 이 비서는 대표이사실 입구에 서서 머뭇거리다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박시언은 장미꽃 한 다발을 정성껏 다듬고 있었고 박시언 씨 맞은편에 선 이 비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박시언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듯한 얼굴로 이 비서를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박 대표님, 신다정과 지태준의 약혼날짜가 잡혔는데 연회 시간이 겹쳐요...” 이 비서가 탐색하듯 박시언의 표정을 살폈지만 박시언의 얼굴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 “장소가 안 겹치면 되지. 찬미가 심란해할까 봐 걱정되네.” 박시언은 꽃을 다듬은 뒤 이 비서에게 물었다. “내가 예약하라고 한 식당은 예약했어?” “네... 이미 예약했습니다.” “응, 직접 가서 찬미를 데리러 와.” “예, 박 대표님.” 이 비서는 자리에 선 채 옷단장을 하고 있는 박시언을 보고 한마디 했다. “박 대표님, 신다정과 지태준이 약혼하는데...” 박시언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나와 신다정은 비즈니스 결혼이야. 장명 그룹이 약혼날짜를 발표했다는 것은 일부러 도발하려 한 것 같은데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박 대표님,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 무슨 뜻인데?” 이 비서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신다정 씨가 약혼한다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예전에 신다정이 박씨 집안의 사모님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우리 박씨 집안에 들어오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지태준에게 전부 기대하고 있잖아. 내가 왜 이런 여자에게 감정을 가져야 해? 게다가 나와 신다정은 원래부터 아무런 감정이 없었어.” 박시언의 무뚝뚝한 말에 이 비서도 당황했다. 신다정을 운성에서 구출하기 위해 박시언이 기억상실증인 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 며칠 박 대표는 서찬미만 기억하는지 예전과 다름없이 신다정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냈다. 1년여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최정애는 박 대표가 신다정을 떠올리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혼인을 박 대표 앞에서 살짝 언급만 했을 뿐이었다. 박 대표는 1년 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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