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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장

저녁 무렵, 신다정이 해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의 벨 소리가 울렸다. 낯선 전화번호에 바로 전화를 끊었지만 이내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신다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배연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다정, 우리 한 번 만나! 지금 바로 용택 호텔로 나 만나러 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들먹거리는 배연화의 말투에 신다정은 피식 웃었다. “배연화 씨, 갑자기 이건 또 무슨 말이에요? 내일 아침 일찍 해성으로 돌아가야 해서 오늘은 배연화 씨와 말장난할 시간이 없어요.”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 오늘 우리 꼭 만나야 해!” 전화기 너머로 배연화의 아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동안의 일은 내가 잘못했어. 사과하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일이야. 너에게 꼭 말해야 해. 지태준과 관련된 일이니까 빨리 와, 빨리!” 말을 마치자마자 배연화는 전화를 끊었고 그 모습에 신다정은 휴대전화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방 정리를 마친 지태준이 다가와 물었다. “누구 전화인데 그래?” “배연화.” “왜 갑자기 너를 찾는 건데?” “아마...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 용택 호텔에서 만나자고 하네. 급한 일인 것 같아.” 신다정이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계속 캐리어를 정리하자 지태준이 물었다. “갈 거야?” “응. 가보려고.” “그럼 같이 가자.” “여자들 문제니까 여자들끼리 해결할게.” 신다정은 지태준을 향해 빙그레 웃은 뒤 옷 몇 벌을 지태준의 품에 넘기며 말했다. “잘 개여서 캐리어에 넣어야 해. 돌아와서 잘했나 검사할 테니까.” 그 말에 지태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알았어.” 말을 마친 신다정은 휴대전화를 들고 집을 나섰다. 저녁 무렵이라 용택 호텔밖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신다정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 차 밖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선글라스를 낀 채 신다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다정이 차에서 내리자 두 사람은 신다정에게 다가와 말했다. “신다정 씨, 배연화 씨가 장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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